조미나 해돋이도서관 사서
엄마들 위한 프로그램 마련

기저귀 교환대·물티슈 준비

매월 마지막주 수요일 운영

"유모차 끌고 영화관 가요~"

지난달 22일 오전, 인천 연수구 송도 해돋이도서관 2층 해돋이홀로 유모차를 끈 엄마들이 하나 둘 모여들었다.

해돋이홀 앞에는 커다란 스크린이 펼쳐져 있었고, 기저귀 교환대, 물티슈 등 육아용품이 준비 돼 있었다. 이날 해돋이도서관에서 '유모차 영화관'이 열렸다. 유모차 영화관은 육아 때문에 맘 편히 영화를 즐기지 못했던 엄마들을 위한 프로그램이다.

해돋이도서관은 올 1월부터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문화가 있는 날)에 영화관을 운영하고 있다.

36개월 이하의 영·유아와 함께 영화를 감상할 수 있으며 상영관 안에는 유모차를 세워둘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

기존의 멀티플렉스 영화관에서 엄마와 아이들이 편하게 영화를 즐길 수 있는 이벤트성 프로그램을 운영했지만 일시적이고 지역이 한정 돼 있다는 한계가 있었다. 해돋이도서관은 '행복한 육아 실현을 위한 맞춤형 문화서비스 프로그램'을 목표로 유모차 영화관을 시도했다.

그 중심에는 조미나(34) 사서가 있다. 해돋이도서관에서 문화프로그램 기획·운영을 맡고 있는 조 사서는 실제 송도에 살면서 아이를 키우고 있는 친구의 고충을 듣고 유모차 영화관을 떠올렸다고 한다.

"친한 친구가 영화를 좋아하는데 아이를 키우면서 영화관에 못 갔다고 하더라고요.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서 프랑스는 유모차를 가지고 자유롭게 영화관을 드나드는 모습을 봤어요. 한국에서는 상상할 수 없지만, 도서관에서 시도해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 유모차 영화관을 기획하게 됐죠."

주변 동료들은 유모차 영화관에 대해 신선하다는 반응을 내놨다. 도서관 팀장님 또한 긍정적인 반응을 보여 지체 없이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었다. 운영 초창기라 영화관 이용객이 적지만 날이 따뜻해지면 좀 더 많은 엄마들이 유모차를 끌고 도서관을 찾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파크리크 쥐스킨트라는 작가가 쓴 책 '콘트라베이스'에 이런 내용이 나와요. 오케스트라에서 콘트라베이스가 연주를 이끄는 주 악기라서 빠지면 안 된다고 하더라고요. 책을 읽기 전까지는 콘트라베이스가 중요한 악기라는 것을 몰랐어요. 도서관도 우리 사회에서 콘트라베이스와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두드러지지는 않지만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한 기본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거죠."

조 사서는 '트래블 라이브러리'라는 여행 강좌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있다. 공항과 가까운 거리, 호텔·센트럴파크 위치 등 송도의 지역적 특성에 걸맞게 지역 주민들이 자발적인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주제를 선택했다.

"해돋이도서관이 영화를 보거나 지인들과 약속을 잡고 데이트를 할 수 있는 장소가 됐으면 좋겠어요. 앞으로도 이용자들의 수요를 잘 파악해서 좋은 프로그램을 소개하고 싶습니다."

/글·사진 김신영 기자 happy1812@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