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철희 목사, 계양구 실버자원협동조합서 폐지 수거 노인들 도와
"노인 분들을 따뜻한 마음으로 보살피는 복지 목회를 실천하고 싶습니다."

교회를 벗어나 노인들을 위한 사역을 펼치는 목사가 있다.

인천 계양구 실버자원협동조합에서 폐지 수거 노인들의 일을 돕고 있는 정철희(60·사진) 목사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평소 노인 복지, 사회적 기업 등에 관심이 많았던 정 목사는 강단에서 설교를 하고 교회 성도들을 지도하는 것을 내려놓고, 삶의 현장에서 노인들과 소통하는 길을 택했다.

얼마 남지 않은 인생이 무의미하다고 느끼는 노인들에게 진정한 삶의 가치가 무엇인지 조금이나마 알려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정 목사는 작년 7월 실버자원협동조합과 인연을 맺고, 노인들이 주어온 폐지를 모아 트럭에 싣어 고물상에 가져다주는 일을 하고 있다.

이 외에도 그가 하고 있는 일은 다양하다.

노인들의 고민을 들어주고 슬픈 마음을 위로하기도 한다.

동네 슈퍼마켓에 앉아 술로 시간을 보내던 노인들은 이제 정 목사와 대화하기를 더 즐긴다.

"실버자원협동조합에는 목회하는 마음으로 취업을 했어요. 그 전에 요양원을 운영한 경험이 있거든요. 노인 복지에 관심이 많았던 터라 실버자원협동조합에서 일하는 것이 제겐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죠."

그가 노인 복지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성장환경의 영향이 크다. 할머니의 손에 길러지면서 노인들의 정서를 자연스럽게 익혔다.

평소 어르신들과의 소통이 자연스러웠고, 그분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것이 익숙했다.

어렸을 때 다닌 교회에서도 또래들 보다는 노인 신도들과 더욱 친밀하게 지냈다.

"실버자원협동조합에 와서도 어르신들과 금방 친해졌어요. 처음에는 일상적인 이야기를 나누다가 가족 간의 고충, 노후 문제 등에 대한 고민을 나누게 됐죠. 한 어르신은 제가 혼자 있을 때 일부러 찾아오기도 하세요."

정 목사는 어르신들의 팍팍한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일에도 앞장서고 있다.

조합의 일부 어르신들은 쌀, 김치, 연탄 등을 받는 것에 대해 당연하게 생각해왔다. 정 목사는 어르신들에게 기부가 이웃들의 사랑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것을 깨닫게 했고, 어르신들은 감사의 기쁨이 무엇인지 알게 됐다.

"앞으로 어디를 가든지 지금처럼 사회의 공익이 되는 목회를 하는 것이 저의 목표에요. 편안한 노후를 꿈꾸기 보다는 노인 분들과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봉사하는 마음으로 살아가고 싶습니다."

/김신영 기자 happy1812@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