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욱 감독 신작 개봉 … 매혹적 미장센·섬세한 연기 돋보이는 스릴러
백작·하녀·아가씨·후견인 '모호한 욕망의 술래잡기'

네 인물의 유쾌하고 매혹적인 욕망의 판타지를 그린 영화 '아가씨'가 지난 1일 개봉했다.

1930년대 일제강점기 경성. 막대한 돈과 재산을 상속받게 된 귀족 아가씨와 그 재산을 노리는 백작, 백작에게 거래를 제안받은 하녀, 아가씨의 후견인이 돈과 마음을 뺏기 위해 서로 속고 속이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박찬욱 감독의 열 번째 작품으로 제69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공식 초청됐다.

한국 영화로는 2012년 이후 4년 만에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됐고 '올드보이'와 '박쥐'로 칸을 다녀온 박찬욱 감독이 오랜만에 한국에서 선보이는 신작으로 개봉 전부터 많은 관심과 기대를 모았다.

영화는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하지만 역사나 민족주의 이야기는 등장하지 않는다. 시작부터 화려함으로 시선을 압도하며 일제강점기 특유의 건축양식, 의상, 소품 등의 볼거리 가득한 미장센을 만들어냈다.

비교적 이해가 쉬운, 박찬욱 감독 답지 않은 영화로 알려졌지만 여러 시점의 형식과 예상을 뒤엎는 반전은 친절하지만은 않다.

'아가씨'는 하녀의 시점인 1부, 아가씨의 시점인 2부, 둘의 이야기가 합쳐지는 시점인 3부로 구성됐다. 숙희가 아가씨의 집으로 들어가 하녀가 되는 과정은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며 빠르게 진행되고 2부는 앞선 이야기를 다른 시점으로 끌어간다. 긴장을 놓을 수 없게 만드는 전개는 일반적 서사에 익숙한 관객들에 게 낯설게 다가올 수 있다.

박찬욱 감독은 '시점샷'의 활용과 배우들의 '눈동자 움직임'을 잡아내는 것에 공을 들였다고 밝혔다. 같은 이야기를 다른 눈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그대로 전달돼 생생하고 긴장감 넘치는 기분을 느끼게 한다.

영화는 아가씨 김민희와 하녀 김태리의 파격적인 배드신으로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두 인물은 섬세한 감정연기를 통해 매혹적이고 아름답게 그들만의 사랑을 펼쳐나가며 동성애 코드를 아름답게 그려냈다.

능청맞은 연기로 존재감을 드러낸 하정우, 연민을 불러일으키며 선과 악을 오가는 김민희, 신인답지 않게 눈길을 끄는 김태리, 더러운 욕망을 천연덕스럽게 표현한 조진웅이 펼치는 144분의 아슬아슬한 줄타기는 잘 짜인 한 편의 스릴러를 완성시킨다. 6월 1일 개봉. 144분. 청소년 관람불가


/김신영 기자 happy1812@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