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항만·달동네·섬 … 곳곳이 세트장이 도시, 찍을 맛 난다


인천영상진흥위, 2013년부터 로케이션 지원 사업    
과거·현재 오가는 장소 존재 … 매력적 이색공간도    
'촬영지' 송도 석산·스튜디오 발로 관광 명소 부상  
  

한 번쯤 지나친 익숙한 배경의 장소가 스크린이나 TV속에 등장하면 왠지 가치 있게 다가온다. 아무도 찾지 않던 낡은 건물이 고색창연한 문화재처럼 보이는가 하면, 퀴퀴한 뒷골목이 따뜻하고 정겨운 풍경으로 변신한다.

인천 곳곳엔 알게 모르게 촬영지로 등장하는 장소들이 꽤 많다. 종영한지 2년이 지난 SBS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의 촬영지였던 송도 석산에는 여전히 중국 여행객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다. 옛교회건물이던 남구 '전도관'은 많은 사랑을 받는 촬영지로 사랑받고 있다.

이들의 뒤에는 인천영상위원회(이하 영상위)가 있다. 영상위는 로케이션 지원을 통해 인천을 찾는 영화·드라마 제작팀의 장소 섭외와 촬영을 돕는다. 지난달엔 세계영상위원회(AFCI)가 주최하는 로케이션 박람회에 참가해 인천의 다양한 촬영지와 지원제도를 알리고 돌아왔다. 새로운 장소를 발굴하기 위해 현장을 누비며 인천의 명소를 찾아주는 영상위의 로케이션 지원을 살펴봤다.

인천 곳곳에 숨겨진 영화·드라마 촬영지

인천영상위원회는 2013년부터 본격적으로 로케이션 지원사업을 시작했다. 당시 총 58편의 영화와 드라마가 인천에서 촬영됐고 그 수가 점점 증가해 지난해에는 총 93편의 영화·드라마 제작팀이 인천을 다녀갔다.

인천이 촬영지로 많이 쓰이는 이유는 타 지역에 비해 고유한 로케이션 장소를 많이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구도심, 신도심, 항구, 공항, 섬, 달동네 등이 매력적인 장소로 인정받고 있다. 촬영지로 가장 자주 등장하는 인천공항과 송도국제도시부터 옛 동네의 분위기를 그대로 간직한 십정동 열우물 벽화마을까지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장소들이 존재한다.

송도국제도시는 세련된 도시의 이미지를 풍기는 디자인과 규모에 비해 차량 통행량이 적어 최적의 촬영지로 꼽힌다. 센트럴파크 내의 한옥마을, 멋진 전망을 자랑하는 G타워, NC 커넬워크 등이 각광받고 있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생각 외로 많은 제작팀이 많이 선호하는 장소는 남구에 위치한 전도관이다. 도원역 뒤 우각로 문화마을에 있는 옛 교회 건물로 일제시대 때 미국영사의 별장이었으며 한국전쟁 당시 소실됐다. 이후 전도관이라는 교회의 예배당으로 쓰이다가 현재는 예술인들의 작업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영화 '신의한수'와 큰 인기를 끌었던 KBS 드라마 '아이리스'의 촬영지로 등장했다.

 


지난해 개봉한 영화 '뷰티인사이드'의 촬영지 '스튜디오 발로'는 인천영상위원회가 인스파이어링 로케이션을 통해 직접 발굴한 장소다. 인스파이어링 로케이션은 영상을 통해 인천의 이색적인 공간을 알리는 서비스로 영상위원회는 영화가 개봉하기 전 장소가 노출되지 않도록 뷰티인사이드의 개봉과 동시에 영상을 공개했다.

'스튜디오 발로'는 부평구 십정동 공장단지에 위치한 스튜디오 겸 가구렌탈 전문점이다. 빈티지하고 유니크한 가구들로 가득 차있는 것이 특징이다. 여러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으며 가구와 소품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어 촬영에 용이하다. 지금은 인천의 이색 관광지로 알려져 주말이면 타 지역 사람들이 많이 찾아오는 장소중 하나다.

인하대학교 정문에 있는 창고단지 '성원물류'는 최근 새롭게 떠오르는 촬영지로 배우 강동원이 출연한 영화 '검사외전'의 교도소 외관 장면이 바로 이곳이다. 총 10개의 창고가 있으며 적색 벽돌과 흰색 콘크리트로 이뤄져있다. 건물 내·외부와 공터에 세트를 설치할 수 있어 다양한 스타일의 촬영지로 활용된다.

로케이션 지원사업

인천영상위원회의 로케이션 지원사업에는 영화·드라마 제작팀의 촬영지 섭외, 촬영 현장 통제, 영상을 통한 촬영지를 소개 등이 있다. 제작팀이 특정 장소를 필요로 할 때 홈페이지를 통해 로케이션 지원을 신청하면 시나리오를 받아 작품을 분석하고 가장 적합한 장소를 찾는다. 이후 작품별로 담당자를 지정하고 장소 섭외와 장비, 발전차 해결 문제, 주민통제 협의 등 촬영과 관련된 제반사항을 조율하고 해결한다.

기획 단계에 있는 제작팀들은 촬영지가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으슥한 골목, 촬영이 가능한 병원, 허름한 창고 등을 요청한다. 인천영상위원회는 인천 지역 내의 장소들을 스캔하고 촬영에 적절한 곳을 찾아 연결해준다. 이런 과정에서 생각지도 못한 새로운 장소들을 발견하는 경우가 많다.

인천에서 일정 기간 이상 촬영하는 작품들은 '로케이션 인센티브'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도로 촬영 시 안전 통제와 촬영 회차, 규모 등에 따라 최대 지원금 3000만원 내에서 관내 장소 사용료 절반과 도선 이용료, 숙박비, 세트 제작비를 지원한다. 이외에 현장 진행에 필요한 무전기, 신호봉, 안내판 등의 비품도 무료로 대여해준다.

'평범한 공간에 상상을 불어넣는다'는 뜻의 '인스파이어링 로케이션'은 이색적인 공간을 하나의 스토리가 담긴 2분 내외의 영상으로 소개하는 인천영상위원회만의 특별한 로케이션 영상 서비스다.

 


전국 영상위원회 중 유일하게 진행하는 것으로 인천의 다양한 장소들을 촬영지로 활용할 수 있도록 영상을 통해 보여준다. 그렇기 때문에 영상의 기획의도는 영화·드라마 제작자의 시각에 맞춰져 있다. 백령도를 소개하는 영상에서는 넓게 펼쳐진 백사장 위로 서부영화 주제곡을 삽입해 한 편의 영화를 떠올릴 수 있도록 했다.

인천영상위원회 홈페이지와 유튜브에서 차이나타운, 굴업도, 청라, 등을 주제로 한 영상을 만나볼 수 있으며 홍보 효과가 커 제주도, 대전 등 타 지역 영상위원회에서도 벤치마킹을 위해 관심을 보이고 있다.

기획부터 촬영, 편집까지 인천영상위원회가 직접 맡아 다양한 장소들을 발굴하고 영상에 담는다. 짧은 영상이지만 단순히 장소를 소개하는 영상이 아니기 때문에 많은 시간과 인력이 필요해 1년에 6편을 목표로 제작하고 있다.

인천 영상산업의 미래

인천에서 촬영되는 영화·드라마가 점점 많아지면서 지속적인 로케이션 활성화와 영상산업, 관광과의 연계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상황이다.

대전, 전주, 부산 등은 지자체에서 촬영 스튜디오를 운영하면서 영상산업 인프라를 확대해 나가고 있다. 부산의 국내 최대 규모 영화 전용 실내 스튜디오는 해운대에 위치해 접근성이 좋고 다양한 세트 작업이 가능해 영화 제작팀의 호평을 받고 있다.

'도둑들', '범죄와의 전쟁', '신세계', '박수건달', '이웃사람' 등 흥행 영화들이 이곳에서 촬영됐다. 일반인들이 촬영 현장을 쉽게 접할 수 있도록 관람 동선을 만들어 스튜디오 관광과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재승 인천영상위원회 영상산업팀장은 "인천이 촬영지로 많이 활용되는 것은 고유한 로케이션 장소들의 영향이 크다"며 "타 지역의 사례를 참고해 활용가치가 높은 오픈세트장이나 스튜디오를 추진한다면 인천에서 좀 더 다양한 장면들을 촬영할 수 있고 영화·드라마 제작팀의 체류기간이 길어져 지역에서 창출되는 부가가치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


/김신영 기자 happy1812@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