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6일 서울시 시민청에서 열린 강정국제평화영화제 기자회견에서 채현국(오른쪽) 효암학원 이사장과 부지영(왼쪽) 영화감독이 양윤모(가운데) 집행위원장으로부터 홍보대사 위촉장을 받고 있다.

23 ~ 26일 서귀포예술의전당
생태환경·성소수자 등 소재
10개국·34편 엄선작품 상영
평화포럼·북토크 행사 개최


10년간 제주해군기지 건설 반대 운동을 펼쳐온 서귀포시 강정마을에서 평화의 메세지를 담은 영화축제가 열린다.

제1회 강정국제평화영화제는 지난 6일 서울시 시민청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영화제의 개막작, 상영작을 발표하고 채현국 효암학원 이사장과 부지영 영화감독을 '평화와 영화' 홍보대사로 위촉했다.

오는 23일부터 26일까지 서귀포예술의전당과 강정마을 등에서 10개국 34편의 작품이 다섯개 섹션으로 나뉘어 스크린에 걸린다.

각 섹션마다 강정마을의 생태환경을 상징하는 다섯 개의 동식물 이름이 붙여졌다. 첫 번째 섹션 '기수갈고등'은 '벼랑끝으로 내몰린 삶'을 테마로 한다. 영화제의 가장 큰 주제의식이기도 한 철거와 추방, 환경파괴, 난민을 이야기하는 영화를 상영한다. '소설무용(감독 정건문,마카오)' 등 총 8편이 준비됐다.

두 번째 섹션 '돌가시나무'는 여성에게 전쟁의 의미는 무엇인지 되짚어본다. 기지촌의 모습을 그린 다큐멘터리 '거미의 땅(감독 김동령, 박경태)' 등 총 5편이 상영된다.

세 번째 섹션은 '층층고랭이'로 문제의식이 가장 치열하게 드러나는 영화들을 주로 상영한다.

위험한 현장에서 하루하루 목숨을 걸고 생명의 존엄을 지키기 위해 맞서는 이들의 삶을 담았다. '다섯 대의 부서진 카메라(감독 에마드 부르낫, 기 다비디-팔레스타인, 이스라엘)' 등 총 9편을 선보인다.

네 번째 섹션 '연산호군락'의 주제는 '섬, 평화를 잇다'로 일본 오키나와, 중국에 포함되길 거부하며 평화적 생존권을 주장하는 타이완과 제주까지 평화의 바다로 연결된 세 섬을 이야기한다.

마지막 섹션의 상징은 '구럼비'이다. 주제는 '4월, 슬픔을 딛고'로 제주 4·3사건과 세월호를 다룬다. 개막작으로 선정된 '업사이드 다운(감독 김동빈)' 등 총 5편이 상영된다.

강정국제평화영화제 캐치프레이즈는 '모다들엉, 평화(모두 모여, 평화)'로 영화제가 추구하는 지역적 사고와 세계적 연대, 자발적 참여의 의미를 담고 있다.

개막식은 23일 오후 6시 서귀포예술의전당에서 개최되며 개막작은 김동빈 감독의 '업사이드 다운'이다. 황진미 수석 프로그래머는 "업사이드 다운은 세월호 이후 한국 사회가 달라져야 한다는 여론과 달리 변하지 않은 실상과 정부의 태도에 주목하는 영화"라고 평가했다.

이번 영화제에서는 평화의 가치 확장을 논의하고 새로운 담론을 이끌어가자는 취지로 세 차례의 평화포럼을 진행한다. '강정-오키나와, 섬들의 연대'라는 주제로 오키나와와 강정의 투쟁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고 총 2회의 걸쳐 '기억투쟁으로서의 영화'라는 제목으로 투쟁의 현장에서 카메라를 들고 연대한 감독들을 초대해 이야기를 들어보는 시간을 갖는다.

이외에 북토크 행사를 통해 소설가 전성태, 시인 박성우, 강봉수 제주대 교수가 독자들과 만나 소통하는 자리를 마련했으며 영화 인재 양성을 위해 평화영화학교를 운영한다.

양윤모 집행위원장은 "생명존중, 여성, 인권, 이주민, 성 소수자 문제 등은 강정국제평화영화제가 품고 가야 할 비전과 가치"라며 "비경쟁을 추구하면서 벽이 없는 다양한 영화들을 선보이는 광장 같은 영화제가 되겠다"고 밝혔다.

한편 강정국제평화영화제는 다수의 시민참여를 지향하는 비상업적 영화제로 모든 영화를 무료 상영한다.


/글·사진 김신영 기자 happy1812@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