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점룡 인천노인종합문화회관 영사기사 인터뷰

2006년 퇴직전까지 미림극장서 35년간 근무
"관객 행복에 보람" … 노인위한 상영봉사 활동


"영화는 제 삶의 지표라고 할 수 있죠. 영사실에서 과거와 미래를 넘나드는 다양한 영화를 마주할 때마다 인생을 돌이켜볼 수 있었습니다."

영화 제작과 상영이 모두 디지털 방식으로 바뀐 요즘 더 이상 극장에서 필름을 다루는 영사기사를 찾아보기 힘들다.

인천 노인종합문화회관 시니어 키노(senior knho) 영화관 영사기사 조점룡(72·사진)씨는 영화의 태동과 역사를 경험한 마지막 세대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영화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성인이 돼 본격적으로 영사기술을 배웠고 영사 산업기사 국가기술자격증을 취득했다.

1970년대 초 군대 제대 후 인천 송현동에 자리를 잡고 근처에 있는 동인천 미림극장에서 영사기사로 근무를 시작했다.

"군 제대 후 지난 2006년도까지 35년간 미림극장에서 일했어요. 미림극장에서 일하면서 결혼도 했고 자식들도 낳았으니 제 삶의 터전이라고 할 수 있죠. 그 때는 이 동네 사람 대부분이 일을 마치고 극장을 찾았어요. 영화나 한 편 보는 것이 최고의 낙이었던 시절이었죠."

동인천역은 인천의 옛 중심지로 주변에 미림극장을 포함해 오성극장과 문화극장 등 많은 극장들이 있었다.

역에서 내린 사람들은 대부분 영화를 보기 위해 극장을 돌며 상영시간표를 확인했다.

"관객이 하루에 3000명씩 몰리기도 했고 특히 주말에는 일을 쉰 적이 거의 없었어요. 극장 앞 버스정류장과 노점상에 사람들이 늘 줄지어 서있을 정도였으니까요."

최근 그는 추억극장 미림에 본인이 소유한 영사기 두 대와 영화 필름들을 기증했다.

예전에는 미림극장 이었지만 '추억극장 미림'이라는 이름으로 운영 중인 극장에 진짜 추억을 생산했던 기록들이 필요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제가 영사기사로 일하던 당시 있었던 극장 중 유일하게 남아있는 곳이 미림극장이에요. 계속 이 자리를 지켜줬으면 하는 바람으로 영사기와 필름을 기증했어요."

미림극장을 마지막으로 극장 영사기사를 퇴직한 그는 인천노인문화회관, 중구문화원, 종합문예회관에서 노인들에게 매주 영화를 틀어주고 있다.

영사기술을 살려 동구에서 영화 봉사단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영화를 관람하고 즐거워하는 사람들을 보면 지금도 보람차요. 앞으로도 영화를 틀어주는 봉사와 강의를 통해 제 기술과 재능을 나누고 싶어요."


/글·사진 김신영 기자 happy1812@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