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중개수수료 조례를 개정하는 과정에서 경기도의회의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독단으로 시작해 꼼수까지 동원하더니 급기야 장두노미(藏頭露尾)마냥 얼굴 숨기기에만 급급한 모습이다.
도의회 도시환경위원회는 서민들의 부동산 중개수수료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제출된 조례개정안을 충분한 의견수렴도 없이 고정요율로 바꿔 오히려 서민의 부담을 늘리는 결과를 초래했다.
비판이 제기되자, 부동산 거래과정에서 발생하는 분쟁을 해소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해괴한 논리를 들이댔다.

급기야 도의회 지도부가 나서 폭넓은 의견수렴 후 재논의라는 해법으로 급한 불은 껐다.
이후 공청회 등에서도 이렇다할 진전을 보이지 않자, 도의회는 급기야 4가지 안을 놓고 의원들의 무기명 투표로 결정하는 꼼수까지 동원했다.

무기명 투표는 인사와 같은 민감한 사안이 있을 때 의원들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것이지, 서민 생활과 밀접한 정책을 결정하는 방식으로는 매우 부적절했다.
공동 책임이라는 가면 뒤에 자신들의 얼굴을 감추기 위한 무책임한 결정이었다.
하지만, 최고의 결정적 장면은 본회의 당일 연출됐다.

무기명 투표 결과 최다득표한 조례안을 최종안으로 채택해 양당 대표단이 급히 수정안을 제출했으나, 제안설명이 생략된 채 표결에 부쳐졌다.

수정안은 의원 13명 이상의 발의로 원안보다 먼저 표결에 부쳐지고, 통상 수정안을 내게 된 제안설명을 하게 된다. 하지만, 이날 본회의장에서는 제안설명에 나서려는 의원이 단 한 명도 없었다.제안설명은 영상과 문서 등으로 공식 기록으로 남기 때문에 눈치를 보느라 소위 '총대' 멜 의원조차 없었던 것이다.
도의회는 올해 보좌관·후원회 등의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임시회를 마치고 상임위별로 줄줄이 떠나는 해외 연수에서 먼저 자신들의 모습부터 돌아볼 것을 권한다.

/이상우 기자 jesuslee@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