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벌이 부부·중학생 딸 스스로 목숨 끊어 … 처지 비관 유서 안타까움 더해
생활고를 겪던 일가족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다.

부모와 함께 세상을 떠난 중학생 딸(12)은 유서에 '우리 가족은 슬프지 않고 행복하게 죽는다'는 글을 남겨 현장을 숙연하게 했다.

2일 인천남부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10월30일 오전 11시50분쯤 남구 주안동의 한 빌라에서 A(51)씨와 아내 B(45)씨, 딸 C양이 숨진 채 발견됐다.

앞서 C양의 담임교사는 C양이 등교하지 않자 이들의 집을 찾았고, 인기척이 없어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119에 문 개방을 요청해 집안에 들어갔다. 일가족은 안방에 반듯이 누운 상태로 숨져 있었다. 현장에는 타다 남은 연탄과 유서가 발견됐다.

유서에는 아내 B씨가 딸 C양에게 생을 마감하자는 이야기를 꺼냈을 때 C양이 그렇게 하겠다고 한 내용이 담담히 적혀 있다.

C양은 유서에서 "그동안 부모님 말을 안 들어 미안하다"며 "우리 가족은 영원히 함께 할 것이기 때문에 나는 슬프지 않다. 행복하게 죽는다"고 했다.

C양은 가족의 모습을 그림으로 그려 놓고 담임교사의 연락처도 남겼다.

B씨는 '행복하게 죽는다'는 내용의 편지를 남편에게 남겼다.

편지 말미에는 '혹시라도 우리가 살아서 발견된다면 응급처치는 절대 하지 말고, 함께 떠날 수 있게 도와 달라'는 내용이 적혀 있다.

유서 내용을 봤을 때 B씨와 C양이 먼저 숨진 뒤 가장인 A씨가 뒤따라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인다.

한 경찰관은 "이렇게 가슴이 먹먹한 유서는 처음"이라고 털어놨다.

경찰 조사 결과 A씨와 B씨는 맞벌이 부부였지만, 통장 잔고는 항상 부족한 상태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마이너스 통장을 사용했지만 늘어가는 빚을 감당할 수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웃들은 A씨 가족에 대해 화목하고 조용한 가족이었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외부인 출입이나 타살 흔적이 없고 유서가 발견된 것으로 미뤄 일가족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김혜림 인턴기자 munwoo22@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