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미희 흥국생명 감독 인터뷰
▲ 인천일보와 만난 박미희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 감독이 선수들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외국인선수 레이첼 루크.
이번 시즌 플레이오프 진출 목표

컵대회 4강진출 의미있는 결과물

외국인선수 레이첼 팀 적응 완료

기대주 이재영 부담감 극복 과제

경기 중 실수 최소화 중요



지난 5월7일, 여자프로배구 인천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 사령탑이 바뀌었다.

주인공은 박미희(51) 감독.

여자배구 해설위원 등으로 활동한 경력도 갖고 있는 박 감독의 배구는 '신바람 배구'로 대변할 수 있다.

그 때문에 가장 먼저 한 일은 팀의 분위기를 바꾸는 일이었다.

지난 시즌 리그 최하위를 기록했던 흥국생명.

때문에 선수들 얼굴도 항상 그늘져 있었다.

새로 부임한 박 감독이 한 일은 활기찬 분위기를 만드는 것.

선수들과 1대 1 면담을 했고 고민 등 이야기를 먼저 들어주는 것이 최우선이었다.

효과는 금방 드러났다.

리그 최하위의 팀이 '2014 안산·우리카드컵 프로배구대회' 4강에 오른 것이다.

우승은 현대건설이 차지했다.

흥국생명에게 조별리그에서 패한 적 있는 팀이었다.

이처럼 '엄마 리더십'으로 팀을 새롭게 이끌고 있는 박 감독은 올시즌 목표를 플레이오프 진출도 잡았다.

목표를 위한 한참 담금질 중인 박 감독을 지난 7일 용인 흥국생명 배구단 연습장에서 만났다.



▲팀 분위기 변화 최우선, 목표는 플레이오프 진출

"선수들이 지는 경기를 하다 보니 각자 흩어지게 되고, 팀을 위하는 마음이 많이 약해지게 됐어요. 팀 내 분위기를 바꾸고 본인이 마음에서 우러나서 훈련을 하는 것이 중요하죠. 그런 팀 분위기를 만들어주고 싶었어요."박미희 감독은 웃으며 말했다.

스스로를 '단단한 스타일'보다는 '유연한 스타일'로 표현하며 지도 철학도 함께 밝혔다.

박 감독은 "지도자는 강하게 윽박질러야 할 때도 분명 있다. 하지만 너무 지도자가 너무 강해 부러지는 것보다는 휘어지는 것이 선수들에게도, 지도자에게도, 팀에게도 좋다"며 "무조건 윽박지른다고 다 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분명히 했다.

박 감독 부임 후 시즌 최하위에서 코보컵 4강이라는 성과를 이뤄낸 후 다시 한 번 도약을 준비하는 흥국생명은 이번 시즌 목표를 플레이오프 진출로 정했다.

박 감독은 "플레이오프 진출하려면 우승을 목표로 해야 한다는 말이 있더라"라며 "팀이 최근 2년간 최하위를 하다 보니 이번 시즌 기대가 되는 것도 사실이다"며 웃었다.

박 감독은 지난 코보컵에서 실력이 수직상승하는 마법을 보인 바 있다.

이에 대해 "100% 만족하지는 않지만 이번 시즌을 준비하는데 의미 있는 결과였다고 생각한다"며 "선수들이 자신감을 얻은 것이 소득이라고 할 수 있다. 선수들이 참 잘해줬다"며 공을 선수들에게 돌렸다.



▲적응력 甲 '레이첼 루크', 팀의 새 대들보 '이재영'

이번 시즌 흥국생명은 지난 시즌과 분명 다르다. 그 중심에는 두 명의 선수가 있다.

레이첼 루크(27·호주)와 이재영(18)이 그 주인공. 두 선수 모두 팀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박미희 감독 역시 이 둘에 거는 기대가 상당하다.

먼저, 박 감독은 레이첼 루크에 대해 "팀 내 적응력이 상당히 좋다. 역대 어떤 용병보다 팀에 잘 녹아들어 선수들과 허울 없이 지내고 있다"고 칭찬했다.

이어 "레이첼의 역할이 이번 시즌 가장 큰 변수로 작용할 것 같다. 본인이 현재 몸 상태가 100%가 아니라고 한다. 시즌 시작 전까지 몸 상태를 끌어올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재영에 대해서는 "국가대표 경험 등 어린 나이지만 경험이 풍부하다. 하지만 현재 부상을 당하는 등 악재가 좀 있다"며 "다른 선수들과 팬, 구단 모든 이목이 이재영에 집중돼 있다. 기대만큼 부담감도 상당할 것이다. 그 부담감을 이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늘 호흡을 맞추던 쌍둥이 동생 이다영(18)과는 다른 팀이 됐다.

이에 대해 박 감독은 "재영이는 공격하는 입장이고 다영이는 이를 막는 입장이다. 서로를 잘 알고 있다면 불리한 쪽은 단연 공격 쪽이다"고 경고했다.

배구는 '수비-세터-공격'으로 이어지는 이른바 3각 편대가 기본이다.

박 감독은 "확실하게 분업화된 배구는 서로간의 믿음이 가장 중요하다"며 "혼자서 부담을 짊어지지 말고 선수들끼리 나눠서 짐을 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기서 외국인 용병의 필요성도 찾아볼 수 있다. 3각편대의 기본적인 플레이 속에서 외국인 선수가 '돌파구' 역할을 해줄 것이다"고 덧붙였다.



▲프로는 실력 증명해야, 팬심 모으는 멋진 팀 기대

박미희 감독은 팀을 운영하는데 분명한 신념이 있다.

프로무대는 더 이상 실력을 기르는 곳이 아니라는 것이 바로 박 감독의 생각이다.

박 감독은 "기본기 등은 중·고등학교 때 완성되는 것이다. 지금 억지로 바꾸려고 하면 더 큰 역효과가 날 수 있다"며 "공부도 자기만의 공부 방법이 있듯 배구도 마찬가지다.

개인의 습관을 억지로 고치려고 하기보다는 그 습관 속에서 실수를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박 감독은 흥국생명 감독으로 부임하기 전, 해설위원 생활을 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내가 지금 감독을 할 수 있는 이유가 항상 현장에 있었기 때문인 것 같다"며 "선수생활을 했고, 오래 보고 분석하다 보니 좋은 기회가 온 것 같다"고 설명했다.

박 감독의 꿈은 본인이 주목을 받는 것이 아니다.

'팀'이 팬들의 주목을 받고 '팀'이 일선에 서있어야 한다는 것이 박 감독의 설명이다.

박 감독은 "활기찬 팀이 돼서 팬들에게 다시 한 번 주목을 받는 팀이 되고 싶다"며 "확실하게 변화한 팀의 모습으로 팬들에게 다가가겠다"고 강조했다.

/글 김근영·사진 김철빈 기자 kky89@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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