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화단의 중심 인천 미술인들
'미술'에 있어서 인천은 과연 어떤 도시인가. 고유섭, 유희강, 이경성…. 그들의 고향은 '인천'이다. 이 위대한 예술가들을 가리키는 수식어는 그러나 '인천'에 머물지 않는다. 그들의 이름은 한국에서 나아가 세계로 확장된다.
검여 유희강은 '예술은 영혼에서 피어난다'는 명제를 실현한 인물이다. 인천 서곳에서 태어난 검여는 초기 국전을 석권한다. 그러나 얼마 안 가 오른 손이 불구가 되자 왼손으로 서예를 한다. 이른바 '좌수서'다. 그는 바다처럼 광활한 학문적 소양으로 '좌수서 명필'의 신화를 남긴다.
해방 뒤 우리 나라 미술계의 큰 그림을 그린 사람이 우석 장발이다. 우석은 우리 나라 최초로 콜롬비아 대학에서 근대적 미술이론을 연구했다. 앞서 동경미술학교에서 서양화 실기를 공부한 바 있다. 보이론(Beuron) 풍의 가톨릭 성화는 여기서 태동한다.
이당 김은호는 우리 나라 마지막 '어진화원' 이었다. 왕의 초상화를 그리는 화가였던 그는 일제시대 끊어질 뻔 했던 한국 초상화의 맥을 계승한다. 20세의 나이에 조선 역대 임금의 어진을 그린 이당은 초상화와 전통채색화의 천재였다.
미술사학의 대가 우현 고유섭은 말할 것도 없다. 경성제대에서 유일한 한국인 미학·미술자 전공자였던 우현. 그는 지금 한국 미술사학계의 시조로 우뚝 서 있다.
얼마전 타계한 석남 이경성 선생은 또 어떤가. 우리 나라 미술비평의 1세대인 석남은 인천시립박물관, 국립현대미술관 등을 꾸려간 미술행정가이기도 했다.
여기에 동정 박세림, 고여 우문국, 김영건, 황추에 이르기까지 인천 화단은 발자취가 선명한 '미술의 거장'을 무수히 배출한 도시다. 인천이 이처럼 선이 굵은 미술인들의 고장인 것은 '개항도시'라는 역사적 맥락과도 잇닿아 있다.
인천일보가 2010년 새해를 맞아 '한국 화단의 중심, 인천 미술인들'을 연재한다. 이 기획물에선 인천 출신으로 한국 화단 각각의 장르에서 '최고봉'으로 솟은 거장들을 재조명한다. 기획을 통해 그들의 작품 세계와 삶을 돌아보고, 그들을 잘 아는 사람들을 만날 것이다.
인천시립미술관 건립과 관련한 논의가 활발히 펼쳐지는 지금. 인천미술의 궤적을 거슬러 오르는 것은 곧, 인천미술의 현재를 생각하고 미래를 고민하게 해 주는 작은 단서가 될 것이라 믿는다.

/김진국기자 blog.itimes.co.kr/freebi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