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고 핵심문제와 해법찾기
최근 외국어고가 공교육 체제를 위협하고 있다는 것에는 모두가 동의하고 있다. 그러나 진단과 처방은 자신의 위치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외고 문제는 자신의 이해관계를 떠나 교육의 본질적 측면에서 접근하는 냉철함이 필요하다. 외고의 핵심 문제는 이렇다

첫째, 외고는 본래 설립 목적을 벗어난 지 오래다. 외고는 이미 학교가 아니다. 명문대 입시학원이다. 국영수 중심의 선행학습자들이 명문대 입시 준비를 하는 것이 주목적이 되었기 때문이다. 2009학년도 서울·경기지역 외고의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진학률은 41.1%에 달했고 대원외고는 진학률이 84.6%였다. 2009학년도 외고졸업생의 25%만이 어문계열로 진학했다. 이러다보니 외고의 교육과정은 파행적으로 운영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수학·과학 교과를 중심으로 가르치는 이과반을 운영하기도 하고, 보충수업을 통해 국영수 중심의 입시교육을 해왔다. 일부 지역에선 중3학생들의 2학기 수업이 파행을 겪는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특별전형을 통해 어문계열에 진학 기회를 부여하는 것 외에는 어떤 혜택도 있어서는 안된다. 외고 진학이 의대나 법대 진학에 불리하게 작용한다면 외고 입시과열은 쉽게 가라앉을 것이다.

둘째, 이미 우리 사회의 '주류들만의 리그'로 기득권을 고착화시키는 든든한 기제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 소재 외고의 경우 학부모가 부담하는 1년 학비는 서울외고 850만원, 대일외고 790만원 등 2008년 평균 700만원이 넘는다(안민석 의원실). 여기에 해외여행 프로그램이나 유학반 운영에 들어가는 비용까지 합치면 연간 1,000만원을 넘는다. 또 외고생의 한달 평균 사교육비가 100만원이 넘는 점을 감안하면 연간교육비는 2,000만원을 훨씬 넘는다. 아무리 능력이 있다해도 부모의 경제적 능력 없인 외고에 갈 수 없는 현실이다. 서민들에게 외고는 그림의 떡일 뿐이다. 외고생 아버지의 상위직 비율이 50%를 넘고, 어머니의 전업주부 비율이 65%에 달한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셋째, 외고가 가진 문제는 '사교육 광풍'을 불러왔다는 점이다. 중학교의 정상적 교육과정을 이수한 학생이 외고입시를 통과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시험문제의 난이도는 고등학교 1학년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다. 영어 듣기평가는 수능시험보다 난이도가 높다는 것이 영어교사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결국 외고에 가기 위해선 초등학교부터 사교육을 받아야 한다. 외고가 초·중학생 사교육비 팽창을 선두에서 이끌고 있는 셈이다. 한달 사교육비가 100만원을 넘는 경우도 허다하다.

듣기 평가를 폐지하고 입학사정관제 전형을 실시한다고 사교육비가 줄어들 것이라는 기대는 매우 순진한 발상이다. 입학사정관 전형에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 않는다면 여러 형태로 영어능력을 얼마든지 평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스펙' 쌓기를 위한 사교육비는 오히려 늘어날 것이다.
외고를 자율형 사립고로 전환하면 해결책이 될 수 있을까? 이 또한 현실성이 매우 낮은 발상이다. 사학 재단의 재정 규모가 영세하기 때문에 학생들의 등록금 대폭 인상이 불가피하다. 결국 '귀족 학교'라는 오명을 갖게 되고 부유층 자녀들만의 학교가 되기 쉽다. 또한 부유층 자녀들을 중심으로 자사고 진학을 위한 선행학습 사교육이 더 확산될 것이다.

외고가 설립 취지를 벗어난 교육과정을 운영한다면 일반고로 전환해야 한다. 일반계 고등학교의 교육과정을 다양화하고 학생들의 다양한 교육적 수요에 맞는 맞춤형 특기적성 교육을 활성화하고 독서와 토론을 강화하면서 창의적 사고력을 증진시키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혁신학교'나 '자율학교' 등의 정책적 지원이 있어야 한다.

정상화의 길은 결코 먼 데 있는 게 아니다. 본질에 충실하려는 노력이 정답이다.
교육문제를 포퓰리즘적 시각이나 정치적(이념적) 잣대로 보지 않아야 해법이 보인다. 핀란드가 교육개혁안을 정착시키는데 10년이 소요되었다는 교훈을 잊지 않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