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지난 11월6일자 인천일보 1면에 소개된 '헌책방거리 문화공간으로 재탄생'이라는 제하의 기사에 배다리가 경제자유구역 송도와 청라지구를 잇는 산업도로 공사로 인해 파괴될 위험에 처해 있다는 소식을 듣고 안타깝게 생각해왔던 인천시민들이나 직접 현장에서 무효화 활동을 2년 가까이 벌이고 있는 '주민대책위'와 '배다리를 지키는 인천시민모임'(이하 '시민모임') 관계자들은 눈을 번뜩이지 않을 수 없었다.

필자 또한 시민모임에 참여하고 있는 입장에서 그 즉시 자세한 내용을 확인해 보았으나 이내 실망감을 넘어 한심 내지는 답답하다는 마음을 진정시킬 수가 없었다.

인천시가 동인천역 주변 재정비촉진지구 지정에 따라 마련한 도시재생사업 기본구상(안)을 보면 산업도로 관통을 전제로 만들어지게 될 헌책방거리를 포함하고 있는 삼각형의 '섬'을 완전히 밀어제치는 가운데 정체불명의 초고층 빌딩이 멀뚱하게 들어서 있는 것으로 그려져 있었던 터라 무언가 생각이 바뀌지 않았을까 하는 기대감이 없지 않았으나 기사의 내용은 "동인천역 주변 재정비촉진지구(뉴타운) 내에 헌책방 거리를 복원한 문화공간을 만들기로" 했다며 "주민측과 협의 중"이라고 하기 때문이다.

일단 기사의 내용만을 근거로 이야기를 하자면 어떤 주민과 협의를 했는지는 차치하고서라도 '복원'이라는 표현은 말이 안 되는 것이라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복원'이라는 것은 원형이 훼손되었거나 없어져서 현재 존재하지 않는 것을 다시 원상태로 복구시킬 때 일컫는 말인데, 헌책방거리는 이전에 비해 다소 침체는 되었을지언정 '현재' 엄연히 '살아' 있는 '문화공간'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백번 양보해서 좀 더 활성화되도록 하겠다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으나 그 다음에 이어지는 "특정구역을 '따로 빼' 헌책방 거리를 포함한 문화공간으로 '할당'"하겠다는 내용은 또 다시 어리둥절하게 만든다.
확실한 내용은 좀 더 확인해보아야 하겠지만 "문화공간에는 헌책방거리와 함께" "배다리 도로개설로 경제적·문화적 피해를 입게 된 상점들"인 "한복상점, 문구점 등 여러 상업시설을 둘 계획"이라는 내용을 보면 결국은 현재의 헌책방거리를 포함한 배다리 일대는 기본구상(안) 대로 밀어제치고 재정비촉진지구 내 적당한 공간에 헌책방 거리를 '새롭게 만들어'주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그러면서 안상수 시장은 "배다리 헌책방에 대한 추억을 갖고 있다. 문화적으로 사라지면 안 될 공간이라는 지적에 충분히 공감한다"며 "구체적 복원계획 수립을 지시했다. 시민들께서 너무 걱정 안 하셔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다.

이를 두고 감격해 눈물을 흘려야 할까. 정말 몰라도 너무 모른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배다리 산업도로 무효화를 외치고 있는 주민대책위와 시민모임이 그까짓 '추억'의 공간 하나 남기자고 이렇게 지금까지 힘들게 싸워왔다고 생각하는가. 이런 식의 '복원'은 다수의 눈을 현혹시키는 가운데 필자를 포함한 이들의 활동 취지와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도 반영하지도 못하고, 오히려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며 심하게 왜곡시키는 것이라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가 진정 바라는 것은 '인천의 문화적 모태'라고 불리는 배다리를 단순히 그대로 두자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돈으로, 돈만을 위해 온 도시공간을 뒤바꾸려 하고 있는 인천시의 도시상품화 전략에 맞서 비록 고상하고 세련되고 우아한 명품동네(?)는 못되더라도 배다리만의 멋과 품위, 격조와 낭만, 활력이 있는 공간을 스스로의 능력과 재주로 만드는 가운데 진정한 도시재생의 모범적 사례를 구체적으로 제시해 보겠다는 것이다.

결국 이러한 계획안은 처음과 달라진 게 하나도 없는, 그대로 밀어붙이며 여타의 가능성에 대해서는 일체 거들떠보지 않고 이러한 의지를 가진 사람들을 무장 해제시키는 것에 다름아니다.

진정 인천시가 주민을 위하고, 시민을 위하고, 인천의 미래를 고민한다면 정말이지 마음을 비우고 다가왔으면 좋겠다. 그리고 시장님 또한 도로를 내는데 물동량만 따지는 분이 아니라 인천의 '살아있는' 역사와 문화, 그리고 그것이 지닌 또 다른 가치(부가가치여도 좋다)를 함께 고민하는 분이었으면 좋겠다.

/민운기스페이스 '빔' 디렉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