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석의 지구촌
남프랑스(南佛) 니스에 가면 꼭 들르는 곳이 있다. 니스 시내 올리브나무 밭이 무성하던 시미즈지역에 있는 샤갈미술관이다. 자당(李聖子·화백)의 화실과 별장이 니스 부근의 뚜레트 마을에 있기 때문에 여름철에는 매번 한두주일간 머물렀는데 금년은 베이징올림픽으로 단 며칠간을 다녀오는데 그쳤다. 이번에도 모자(母子)가 합의하여 또다시 샤갈미술관을 찾아 나섰다.

1973년도에 개관한 샤갈(1887-1985) 미술관의 정식 명칭은 <마크ㆍ샤갈 국립성서(聖書)미술관>이다. 드골대통령이 집권하는 동안 줄곧 프랑스 문화성장관을 지냈던 앙드레 말로는 수많은 예술가들과 교분을 갖고 있었고 샤갈도 그 중의 한명이었다. 1964년도에 샤갈은 바이블을 주제로 한 17점의 대작(大作)들과 수많은 유화와 판화들을 프랑스 정부에 기증하기로 결심한다.

이같은 작가의 결정에 따라 앙드레 말로는 샤갈미술관을 국가에서 건립하기로 하고 건축가 앙드레 에르망(1908-1978)을 샤갈에게 소개했다. 장관의 소개로 알게 된 샤갈과 에르망은 의기투합하여 미술관의 부지 선정으로부터 세부 설계에 이르기까지 두 사람의 예술가적 재능을 하나로 승화시켜나갔다. 미술관에 설치된 청색 계통의 스테인드 글라스와 벽면을 장식하고 있는 모자이크는 샤갈, 에르망, 말로의 공동 작품으로 볼 수 있다.

생전에 샤갈은 성서에서 창작의 모티브를 찾았던 대표적인 화가다. 화폐가치로 따지면 수백억 달러가 될 미술관의 입구와 전시 공간 역시 위압감을 주기 보다는 겸손하고 다정하게 느껴진다.

성서에 나오는 여러 장면들을 샤갈 특유의 다양한 인물과 동물들과 화려한 색채로 보고 느끼는 것은 항상 즐겁고 감동적이기에 매번 이곳을 찾게 되는 것 같다.
/아시안올림픽평의회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