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석의 지구촌
올림픽 개막 초기부터 금메달이 쏟아져서 국민들이 환호하고 있지만 중국사람들 역시 한국은 스포츠강국이라는 인식을 새롭게 하고 있는 느낌이다. 베이징올림픽이 정식으로 개막된 지 6일째가 되는 8월13일 현재 한국의 금메달 획득순위는 중국과 미국에 이어서 3위를 달리고 있다. 며칠 전에는 잠시 미국을 앞질러 세계 2위의 금메달 순위에 오르기도 했었다.

이같은 한국선수단의 선전(善戰)에 대해서 중국 관영매체들의 보도태도는 실망스러울 때가 한두번이 아니었다. 양궁의 경우 남·녀 모두 중국을 제치고 금메달을 차지하게 되자 중국 여자선수들은 "한국선수들의 실력은 특출하고 배울 점이 많다"고 했으나 막상 신문보도는 '중국과는 실력 차이가 별로 없다'는 식으로 나왔다.

수영 400m에서 우승한 박태환선수는 외신들까지도 '아시아 선수들의 미래를 열어놓았다'고 격찬했으나 중국매체들은 애써 박선수를 부각시키는 대신 은메달리스트에 초점을 맞추는 우(愚)를 범하고 있었다. 중국 TV를 통해서는 우리선수들의 금메달 수상식 장면을 볼 수 없었던 것도 스포츠강국 한국에 대한 두려움 증세(恐韓症)가 있기 때문인 것같다는 분석도 나왔다.

그러나 베이징 시내와 경기장에서 만난 일반 중국인들의 태도나 반응은 관영매체와는 정반대였다.

한국사람인 것을 일단 알게 되면 온갖 몸시늉을 다해가며 양궁, 권총, 역도 등의 실력이 대단하다면서 찬사를 보내고 있었다. 개막 이후 6일 동안 종합 3위를 견지한 한국의 국가이미지 효과를 광고비로 따진다면 천문학적 액수일 것이다. 역시 스포츠가 지닌 선전효과와 국위선양 기능이 베이징올림픽을 통해서 13억 중국인들에게 또 다른 한국이미지를 각인시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