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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회사 제품을 살까. 할인점이나 백화점에 가면 종종 하게 되는 고민이다.

'자이리톨' 성분이 들어있다는 껌을 보자. 처음엔 한 회사에서만 생산했으나 지금은 웬만한 제과회사치고 자이리톨껌을 시판하지 않는 곳이 없다. 맛도 비슷비슷다.

티셔츠도 마찬가지다. 디자인과 색상, 심지어 섬유구성까지 회사별 차이가 없다.

지금은 공급과잉 시대다. 제품을 만드는 기술은 평준화됐으며, 한 회사의 노하우는 다른 회사에 의해 금세 모방된다. 현대사회에서 차별화된 '브랜드(Brand)' 전략의 중요성이 자주 언급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강력한 브랜드는 무엇보다 마케팅 활동의 효율성을 증가시킨다. 소비자에게 정보처리와 제품해석을 쉽게 해 구매의사 결정에 대한 확신을 제공하기도 한다.

하나의 상품에 만족한 소비자는 그 것을 만든 브랜드에 '충성도'를 갖게 된다. 기업은 이를 활용해 프리미엄 가격을 책정하거나 브랜드확장에 나설 기회를 찾는다. 브랜드가치가 800조 원에 이른다는 코카콜라나, 세계적 의류업체인 랄프로렌 등은 바로 이런 브랜드의 중요성을 일찌감치 깨달았기 때문에 앞서갈 수 있었다. 그들은 '인지심리학'을 통한 광고커뮤니케이션으로 소비자들에게 접근해 세계적 기업으로 우뚝 설 수 있었다.

'실체'보다는 '가치'를 중시하는 현대사회에서 브랜드가치를 높이는 주요한 방법 가운데 하나가 문화예술 사업을 통한 이미지 상승이다.

기업들은 문화·예술·스포츠 등 먹고 사는 문제와는 다른, 인간의 유희활동에 대한 지원을 하는 '기업메세나'를 통해 품격을 높이고자 노력한다. 실제, 기업이 메세나 활동을 하는 가장 큰 이유가 '이미지 제고'이며 효과를 보았다는 보고서도 있다.

인천에선 민간공연단체를 지원하는 A사와, 매년 자체 연주회를 개최하는 B사 정도가 메세나에 참여하고 있다. 이들 A, B 기업은 약간의 투자가 향후 몇십, 몇백 배의 '브랜드가치 상승'과 '경영수익증대' 효과를 가져다 줄 것이란 사실을 잘 알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만에 하나 투자비용 대비 수익이 발생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그들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란 측면에서 도덕적 의무를 어느 정도 하고 있는 셈이다.

인천에서 큰 돈을 버는 기업은 생각외로 많다. 문제는 이들 기업 대부분이 메세나와 같은 '사회환원'에 매우 인색하다는 사실이다. 인천시민들은 그들이 혐오시설을 유치해도 숨막힐듯한 공해를 내뿜어도, 심각한 교통체증을 유발해도 불만을 드러내지 않는다. 오히려 그들이 만든 제품을 열심히 사주기까지 한다. 이처럼 착한 시민들에게 기업들은 뭔가 베풀어야 마땅하지 않을까.

뒤늦게 나마 정부가 기업메세나에 적극 뛰어든 것은 다행스런 일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최근 전국 각 시·도에서 '홍보컨설턴트'를 위촉, 기업과 시민을 이어주는 매개체 역할을 하도록 한 '문화로모시기'운동을 시작했다. 전국에서 100명의 홍보컨설턴트를 위촉, 지난 15일 선포식을 했으며. 앞서 지난 1~2일 서울올림픽파크텔에서 워크숍을 열었다.

이 두 행사에서 참가자들은 "기업이 사회공헌 혹은 마케팅 차원에서 문화예술의 구매와 후원을 늘리면 문화예술계는 창의력을 펼칠 공간이 넓어지고 국민 삶의 질이 높아질 것"이라며 "문화로 소통하는 사회에서 기업은 보다 많은 신뢰와 이해를 얻게 될 것"이라며 입을 모았다. 그 취지가 산뜻해 보였다. 다만 용두사미로 끝나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메세나가 활발히 이뤄지면 기업은 이미지제고는 물론, 거기에 따른 브랜드가치 상승으로 실제적 수익을 거둘 수 있다. 시민들은 메세나로 개최한 문화예술작품을 보고 감동한 뒤 주최 내지, 후원을 한 기업의 이름을 '오버랩'시키기 마련이다. 그 좋은 기분은 그 기업이 만든 제품을 찾는 것으로 이어지고, 마침내 기업은 좋은 이미지도 얻고 경영수익도 창출하게 되는 것이다. 설득보다 강한 것이 바로 '감동'이다.
 
/김진국 문화체육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