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미국산 쇠고기가 전선을 형성했다. 서울 청계천 광장에서 '미국산 쇠고기 반대 촛불집회'가 열렸으며 야당은 5월 임시국회에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개방과 관련된 특별법 제정을 서두르고 있다. 정치영역과 사회분야에서 동시에 전선이 형성되고 있다.

이번 전선의 특징은 성격과 본질에 대한 논란이다. 쇠고기 전선의 본질을 '광우병 논란'이나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만으로 보는 것은 보수 우파의 시각이다. 반면 야당과 시민단체는 물론 진보 좌파 단체들은 '대미 졸속 협상과 이에 따른 안전성'을 이번 전선의 핵심으로 보고 있다.

우파는 '광우병 논란이 과학의 영역이냐, 정치의 영역이냐'고 묻는다. 과학적 검증과 전문가의 식견이 필요한 분야에 과잉 유동성을 보여 온 정치가 이번에도 개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과학토론이 필요한 곳에 정치의 과잉개입이 논쟁과 시위를 촉발하고 있다고 고발한다.

야당과 시민단체는 '검역주권을 포기한 쇠고기협상'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미국에서 새롭게 광우병이 발생해도 쇠고기 수입을 즉각 중단할 수 없다는 것은 국민 건강권을 도외시한 잘못된 협상이라는 것이다. 국제적 신뢰성 문제가 있어도 재협상이 있어야하고 '쇠고기 특별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쇠고기 전선을 바라보는 시각이 대립적이다 보니 청계천 집회를 보는 시각도 극단이다. '청계천 민주주의'라는 찬사가 있고 '다시 촛불로 재미 보려는 좌파 집회'라는 비하도 있다. '성난 민심을 들어라'라는 주장이 있고 '광우병 괴담에 현혹된 민심'이란 반론이 있다. 청계천 집회에 참석한 중고생도 '자발적 참여'와 '선전 선동에 의한 참여'라는 상반된 시각이 있다.

일부 진보와 일부 보수는 갈 때까지 가고 있다. 일각에서 정치적 성격의 '광우병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대통령 탄핵 운동' 말이다. 또 다른 일각에서는 '빨간딱지'가 등장하고 있다. 좌파 선동전문가의 개입을 부풀리고 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개방에 대한 내 인식을 정리하자면 이렇다.

<나는 미국산 수입 쇠고기를 사 먹을 것이다. 한우를 먹기에는 주머니가 넉넉하지 않다. 우족이나 꼬리. 사골은 호주산을 살 것이다. 등심과 안심은 미국산 육질이 입맛에 맞다. 물론 찜찜하다.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은 잘 모른다. 그래도 광우병 논란이 있다는 사실 자체가 나를 찜찜하게 할 것이다. 그러나 이 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내가 화가 나 있다는 것이다.

정부가 왜 나를 이렇게 찜찜하게 만드느냐는 것 때문이다. 안전성 논란이 있는데도. 빗장을 한꺼번에 풀고, 이것을 대국민 홍보의 문제로 보는 것 때문이다.

또 탄핵운동은 반대하지만 빨간딱지도 싫다. 우파 '색깔론'도 싫지만 좌파 '기회론'도 싫다. 한 마디로 이번 쇠고기 전선의 전개양상이 싫다.>

나는 협상파기의 원점 재협상이 가능하다고 생각은 하지 않는다. 국제적 신뢰성의 문제가 놓여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가 국민들의 반발과 우려를 수렴해서 가능한 모든 범위의 후속조치를 취해야한다고 여긴다. 과학적 근거에 의한 국제적 기준만 내세우면 정부 불신은 깊어질 것이다.

나는 우리 국민이 정부가 국민의 건강과 안전에 최선을 다했다는 생각을 갖기를 원한다. 건강과 생명을 걱정하는 우려가 설혹 지나치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눈높이에 맞춰서 일일이 다시 점검하고 설명해야한다. 또 정부는 국민들의 우려를 미국에 전달하고 협의하기를 바란다. 협의가 성과를 낼지, 부분적 재협상이나 일부 개정으로 진화할지 미지수이지만, 정부 인식의 변화가 필요한 때라고 여긴다.

쇠고기 전선은 촛불집회를 불법집회로 규정한다고 사라질 문제는 아니다.
 
/박흥찬 편집부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