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최근 교육문제로 사회가 시끄럽다. 이 정부가 새로 들어선 뒤 내놓은 '오락가락'하는 정책때문에 학생들은 갈피를 잡지 못하고, 교사들은 한숨만 내쉬고 있고, 학부모들은 뿔이 단단히 났다.

영어몰입교육, 일제고사, 학생과 교사 줄 세우기, 자율형사립고(자사고) 확대, 대입 3불정책 폐기 등등.

이런 정책들이 마음에 썩 들지는 않지만, 그것은 철학의 문제로 인정하지는 못해도 이해할 수는 있다. 자사고도 좋고, 특목고도 좋다. 또 영어몰입교육을 하면 어떤가. 영어가 중요하다는 것도 또한 국어와 역사까지도 영어로 교육시키겠다는 말도 좋다. 참을 수 없는 문제는 그들의 거짓말이다.

자사고와 특목고를 늘리면서 사교육비를 줄이겠다느니, 영어몰입교육으로 어학연수 안 가게 하겠다느니, 학원에 갈 필요가 없게 하겠다는 등등, 교육을 다루는 사람들이 바보가 아니라면 그들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들은 아마도 시장경제를 내세우며 '수요공급의 법칙'도 모르느냐고 말할지 모른다. 수요가 있으니 공급을 늘리자고.

하지만 과연 특목고를 늘려 사교육비가 줄었나 보자.

통계청이 지난해 사교육비를 조사한 결과, 우리나라 초·중·고교생에게 들어간 사교육비 총액이 20조원을 넘어섰다. 이는 정부차원에서 처음으로 조사한 2003년의 약 14조와 비교해 볼때 5년만에 6조 이상이 늘었다. 이 수치는 공교육예산 26조의 약 76%에 해당되는데, 사실상 공교육을 초과한 것과 마찬가지다.

이런데도 과연 자사고를 늘리고, 특목고를 확대하고, 영어몰입교육을 하면 사교육이 사라질까. 아이들과 떨어져 사는 기러기 아빠들이 이제는 아이들을 볼 수 있을까.

사람들이 왜 비싼 사교육비를 계속해서 퍼부을까. 그것은 모르는 것을 알기 위해 더 많이 배우겠다는 것일까. 아니다. 남보다 특별해지겠다는 욕구 때문일 것이다. 좋은 대학을 가서 남보다 조금이라도 앞서고 싶어서다.

다른 사람들이 하는 것처럼 똑같이 하면 경쟁에서 지니까, 불안해서 학원이다 과외다 외국으로 가는 것이다.

아무리 자사고와 특목고를 늘리고 영어몰입교육을 한다고 해도 사교육비를 줄이기는 어려울 것이다.

학벌에 따라 신분상승이 되는 사회가 있고, 경쟁이 절대가치인 사회에서는 말이다.

오히려 늘어난 특목고나 자사고에 입학하기 위해 예전에는 감히 생각도 못했던 중상위권 아이들마저 경쟁에 빠져 사교육 시장은 더욱 커질 것이다. 영어몰입교육으로 영어를 못하면 이제는 다른 과목까지 못해 바닥에서 기지 않고 살아남기 위해 학원시장은 더욱 확대될 것이다.

그리고 다시 특별한 무언가를 요구하는 사람들에 의해 끊임없이 '특자사고', '특특목고'가 생길 것이다.더 나아가서 '진짜 특특목고·진짜 특자사고'로 뛸지도 모를 일이다.

이러한 문제를 인식하고 이명박 대통령조차도 뒤늦게나마 입장을 바꾸었는데, 경기도 교육감은 아직도 순진하게 영어몰입교육을 하겠다고 나서 교육계로부터 지탄을 받고 있다. 뒤늦게 시범실시라고 한발 물러섰지만, 아무래도 옹색하기는 마찬가지여서 서글프다.

링컨의 이런 말이 떠오른다.

"거짓말쟁이들은 많은 사람들을 잠깐 속이기도 하고, 몇몇 사람들을 오랫동안 속이기도 한다. 하지만 어떤 거짓말쟁이도 많은 사람들을 오랫동안 속일 수는 없다"고 했다.

어떤 거짓말쟁이도 "이것은 거짓말입니다"하고 외치며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마치 참말인것처럼 그럴싸하게 얘기하기 때문에 자칫 잘못하면 속아 넘어가게 된다.

특목고와 자사고를 확대하고 영어몰입교육을 하겠다는 정치인, 교육정책 담당자, 교수 등이여!

자사고와 특목고를 늘리고, 영어몰입교육으로 사교육 시장을 줄이겠다는 뻔한 거짓말은 빼고, 하려면 당당하게 하라.
 
/김진오 경기본사 사회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