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탑
최근 한나라당 소속의 이연수 시흥시장이 구속 기소됐다. 그는 각종 인·허가 청탁 등과 관련된 수뢰혐의를 받고 있다.

그런데 더욱 기가 막힌 것은 담당공무원이 시장이 지켜보는 가운데 한 건설업자로부터 "너 이렇게 큰 것이 누구 때문인데 이런 허가 하나 내주지 않느냐"는 막말을 들었다고 한다.

또한 측근인 비서실장이 1억원, 선거대책본부장이 1억5천만원, 선거사무장과 선거유세팀장이 모두 1억2천만원, 선거참모 3명이 2억7천만원을 수뢰했다는 소식도 있다.

조선조에 청백리(淸白吏)로 뽑힌 사람이 태조이후에 45명, 중종이후에 37명, 인조이후에 28명으로 모두 110명이었다는 통계가 있다. 그런데 경종이후에는 이러한 청백리의 선발조차 단절되어 나라는 더욱 어지러워지고 백성은 더욱 살기가 어려워졌으니 어찌 한심한 일이 아닌가?

조선 500년 동안 관복을 입고 벼슬한 사람이 몇 천명, 몇 만명인데 겨우 청백리가 겨우 110명이라니, 이것은 사대부(士大夫)의 수치가 아니겠는가?

국제투명성기구 한국본부는 '2007년도 부패인식지수' 조사 결과, 한국이 10점 만점에 5.1점을 얻어 조사대상 180개국 가운데 43위에 머물렀다고 밝혔다.

한국의 부패인식지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국 평균인 7.18점에 훨씬 못미치는 것이며, 싱가포르(4위, 9.3점), 홍콩(14위, 8.3점), 일본(17위, 7.5점), 마카오·대만(34위, 5.7점) 등 아시아의 다른 경쟁국가들과도 큰 차이가 있다.

오늘날에도 뇌물수수 등 부정부패가 아직도 근절되지 않는데, 뇌물수수가 횡행하는 사회는 원칙이 무너진 사회이며 희망이 없는 사회라고 역사는 가르치고 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통치자들은 언제나 깨끗한 사회를 표방해 오고 있지만 뇌물이란 그 생명력이 이렇게 끈질긴 것을 보면,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완전히 근절하기란 과연 어려운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일이 대선 투표일이다. 이번에도 정책 선거는 없었다. 'BBK 사건' 등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에 대한 각종 의혹과 거짓말에 대한 도덕성 논란, 그리고 삼성 비자금 문제 등등···. 이 후보는 허물이 참으로 많다. 이런 허물들은 이전에 줄줄이 낙마했던 대통령 후보나 장관 후보에 뒤지지 않는다.

국민들은 "어떻게 저럴 수가!"라고 놀라면서도 여전히 지지한다. 우리는 이런 현상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정치는 원래 타락했는데, 단지 타락의 '드러남'과 '드러나지 않음'의 차이 이기 때문인가? 아니면 결국 도덕적으로 많은 문제가 있지만 현실(경제)을 해결할 수 있는 능력 혹은 가능성(?)이 있다고 믿기 때문일까?

국민들이 한때는 정의(正義)와 이념을 존중하던 적이 있었다. 그것이 한나라당이 잃어 버렸다고 하는 이전의 10년이다.

그러나 지금은 '속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대부분이고, '살기만 더욱 힘들어졌다'는 결론을 내린다.

이제는 더 이상 '정의'라는 말을 믿지 않는다. 국민과의 약속을 짓밟아 버린 것에 대한 배신감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요즘 우리 사회의 모습을 보면 불신감의 확대, 삶의 방향감각 상실, 양심의 붕괴와 같은 정신분열과 다름없는 증상들이 만연해 있다. 그런 사람들이 모여 있는 사회는 비정상적이고 반도덕적이 된다.

이렇게 극도로 분열된 사회 분위기를 '사회병질 증후군'이라고 한다. 사회병질 증후군을 안고 있는 사회는 불신감의 만연, 존경할 만한 대상의 상실, 도덕성의 실종, 한탕주의의 성행으로 노력한 만큼 얻을 수 있다는 '공정한 사회관'까지도 흔들어 놓는다. 청렴은 목민관의 본무이고 모든 선의 원천이며 모든 덕의 근본이다. 청렴하지 않고 목민을 잘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이런 의미를 내일의 선택에서 우리 모두가 꼭 한 번 되새겨 보아야 하지 않을까?
 
/김진오 경기본사 사회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