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득표 인하대 교육대학원장
대선 구도가 아직 짜여 지지 않은 상황에서 특정 후보만을 논하는 것은 매우 조심스럽고 꺼려지는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전당대회 효과가 상당부분 빠졌음에도 불구하고 50%대의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는 이명박 후보에 대한 기대가 크고 반면에 우려하는 부분도 있어 몇 마디 하지 않을 수 없다.
이 후보가 한나라당 대선후보가 되고 국민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 경제 살리기에 대한 기대 때문이다. 대기업 최고경영자 출신으로서 실물경제 경험이 풍부하기 때문에 경제 하나만은 꼭 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믿고 있다. 이 후보를 지지하는 대학생들에게 이유를 물어보면 이구동성으로 경제를 살릴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이라고 대답한다. 도곡동 땅의 실제 주인이 이 후보일 것이라고 믿는 사람들조차도 지지를 철회하지 않는 이유는 약간의 도덕적 흠결이 있어도 경제만 살려준다면 문제 삼지 않겠다는 생각 때문이다.
하지만 5년동안 한국 경제를 어떻게 살릴 수 있을 지 구체적인 전략과 방법이 제시되어야 할 것이다. 경제공약을 보면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한국경제가 살아날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대를 걸 수 있고, 경제대통령 자질이 풍부하다는 인식을 갖도록 해야 한다. 실물경제에 밝기 때문에 무슨 수를 써서라고 경제를 꼭 살릴 수 있으니 믿어달라는 말만으로는 국민에게 경제대통령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기 어려울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10월 초 남북정상 회담이 끝나고 시대정신이 경제에서 평화문제로 전환되지 말라는 보장이 없을 것이다.
이 후보에 대한 둘째 기대는 정치의 효율성과 생산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정치판은 가장 비생산적인 소모전만 일삼는 곳으로 인식되어 국민의 불신이 대단히 높다. 이 후보가 고비용저효율의 한국정치 병폐를 혁신할 것으로 기대한다. 이유는 이 후보는 효율성과 생산성을 중시하는 경제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이기 때문이다. 건설현장에서 효율성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면서 대기업의 최고경영자로서 강력한 추진력을 발휘한 경험이 풍부하다. 대선 후보가 되고 나서 한말을 봐도 그것을 알 수 있다. '여의도에 오니 겹겹이 정치만 보인다'거나 '정치 경제 사회 각 분야를 관통하는 자신의 철학이 '자발적 변화'를 통한 '효율성의 극대화'라고 강조한 것을 보면 생산성을 중시할 것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민주정치는 효율성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절차적 정당성이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것은 경제에는 통할지 모르지만 민주주의 정치과정에서는 그렇지 않다. 만의 하나 정치에서 효율성의 극대화만을 강조하다 일방통행식 권위주의적인 의사결정이 이루어진다면 민주주의 원리에 어긋나기 때문에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기 곤란하다. 효율성과 정당성을 조화시키는 것은 전혀 불가능한 일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쉬운 일도 아니다.
이 후보에 거는 셋째 기대는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설득적 리더십을 발휘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서울시장 시절 청계천 공사를 추진하면서 이해당사자들을 직접 만나서 성공적으로 설득한 사례가 있다. 대통령직 수행의 성공여부는 국민 야당 국회를 설득시킬 수 있는 리더십에 있다고 한다. 자신감에 넘치는 거침없는 말투와 현장감과 생동감 있는 논리로 국민과 야당과 국회를 설득시킬 수 있는 자질이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반면에 이따금씩 말실수로 노대통령과 비슷한 면이 일부 발견된다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다. 예를 들면 관기(官妓), 마사지 걸, 동성애, 여성, 역사의식과 언론관 등등에서 설화(舌禍)를 자초하기도 했다. 국가의 지도자에게는 설득력과 더불어 품격 높은 말솜씨가 요구된다.
몇 가지 우려를 불식시키고 기대만을 키워야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