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 19회 인천서예대전 大賞 김명숙 씨
"몸과 마음 닦는 道" 25년 한결같은 글쓰기 매진
"글씨를 쓰면 마음이 맑아지고 하얀 종이 위에 까만 글씨가 채워지면 마음이 차분해지네요."
'제19회 인천시서예대전'에서 영예의 대상을 받은 김명숙(64)씨는 수상소감을 묻는 기자의 물음에 "서예는 몸과 마음을 닦는 도"라고 대답한다.
김명숙씨가 서예를 처음 접한 때는 25년 전이다. 당시 중학교 1학년이던 큰아들에게 서예를 가르치려고 함께 학원에 다니면서 시작한 서예는 이후 서울 장제한의원 원장인 무여거사에게 침술과 서예를 배우면서 본격화 됐다.
손자를 6명이나 둔 노년의 나이지만 김명숙씨는 지금도 혼신의 힘을 다해 서예에 매달리고 있다고 한다.
그의 애기를 들어보면 대상 수상의 영예가 결코 허투로 일궈진 것이 아니란 것을 알 수 있다.
"매일 새벽 3시에 일어나 글씨를 씁니다. 글씨를 쓰며 참선을 합니다. 글씨를 쓰는 순간엔 근심, 걱정, 잡념이 전혀 없습니다. 마냥 즐거울 따름이지요."
하루라도 붓을 놓지 않았던 그는 이번 서예대전에 출품작을 내기 위해 40일 동안 하루 3시간밖에 잠을 자지 않았다.
한의원을 하는 남편의 일을 거들면서도 오직 일하는 시간 외에는 글씨만 썼다. 휴일에는 밥 짓는 시간이 아까워 음식을 시켜먹으며 한자리에서 꼼짝하지 않았다고 한다. 놀라운 체력이다.
불교 신자인 그는 "젊었을 때 삼천배와 인욕정진의 수행이 도움이 됐다"고 웃으며 말했다.
대상작품인 <만리(萬里)>는 조선 성종 때 학자이자 시인 박암 선생이 벗을 그리워하며 지은 시로 "뉴욕에 살고 있는 중학교 시절 친구를 생각"하며 썼다고 한다. 대상작은 삼백번 쓴 작품 중에 하나를 고른 것이다.
글씨를 잘 쓰는 비법이 무엇이냐는 질문엔 "종이를 많이 없애고 꾸준히 써야 한다"고 대답했다. 묘수가 없다는 말이다.
김명숙씨는 칠순이 되는 해에 첫 개인전을 열고 싶다는 소박한 꿈을 갖고 있다.
왜 굳이 칠순이냐는 질문에 "칠순잔치 때 전시회를 하면 의미가 있다"며 "집에 혼자 있는 아이들에게 글씨와 한문을 가르쳐주는 봉사활동을 하며 글씨를 쓰겠다"고 말했다.
그에게 서예는 자신과 이웃을 둘러보는 삶의 철학이었다.
/조혁신기자 blog.itimes.co.kr/mrp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