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이름으로’
 성공한 사업가가 부모님의 이름을 딴 장학기금을 마련해 모교 고등학교에 쾌척, 화제다. 매년 1천만원을, 그것도 무려 100년동안 대대손손 기부하기로 했다.
 화제의 주인공은 얼마전까지 정보통신계열 회사를 운영하던 류연식(46·제물포고 22회 졸)씨. 지난 추석때 가족회의를 통해 제물포고 장학회에 장학금을 기부하기로 결정, 11일 오후 7시 주안 리더스클럽에서 열린 (재)인중제고 장학회 이사회에서 ‘100년 장학금 약정식’을 치렀다.
 장학기금의 명칭은 부모님의 이름을 딴 ‘류영철·이인자 장학기금’이다.
 “황해도에 사시던 부모님이 한국전쟁때 피난 나와 김포에 정착, 4남매를 키우시느라 고생이 많으셨습니다. 오랫동안 부모님의 이름을 딴 장학기금을 마련하려 했고, 이번에 그 뜻을 이루게 된 겁니다.”
 류씨의 부모는 김포에서 작은 병원을 운영하면서, 그 지역 학생들을 돕는 장학회의 일을 보기도 했다.
 “가족들의 반대는 없었어요. 다만, 아버지께서 워낙 이름을 내고 하는데 싫어하셔서, 당신의 이름을 사용하길 꺼려하셨죠. 가족 합의로 부모님의 이름을 사용키로 결정했죠.”
 류씨는 지난 7월 운영해오던 정보통신계열 회사를 매각했다. 그 매각대금의 일부를 장학기금으로 쾌척한 것이다. 류씨의 모교에 대한 끝없는 애정의 결과다.
 “저를 비롯해, 처남들이 모두 제물포고를 나왔어요. 자기가 나온 고등학교가 가장 자랑스럽고 애정이 있는 것 아닙니까. 회사를 매각해 돈이 좀 생겼고, 부모님 살아생전에 장학기금을 마련하고 싶었어요.”
 장학기금을 마련하고, 그 약속을 지키는 데에는 류씨의 직계가족은 물론, 일가친척까지 참여키로 했다.
 특히 이 장학기금은 류씨의 아들에서 손자로, 그리고 그 후손까지 제물포고가 존속해 있는 한 100년을 이어가게 된다.
 “제 후손들이 오랫동안 가족의 뿌리를 기억해 달라는 의미에서 기간을 100년으로 잡았습니다.”
 적지않은 금액이고, 그것도 100년이란 긴 세월을 책임지겠다는 것은 국내에서도, 아니 세계적으로도 드문 일. 류씨는 이번 결정이외에도 여러 곳에서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실천하는 듯했지만, 한사코 밝히길 꺼려했다.
 한편 인중제고 장학회는 2002년 12월 재단법인화했다. CMS방식으로 기금을 모아 2003년에는 7천여만원, 2004년에는 1억3천700여만원을 모교에 전달했고, 올해는 1억7천만원을 지급할 계획이다. 수혜대상자만 200여명이며, 교사·학생을 대상으로 한 각종 연수기회도 제공한다. /김주희기자 blog.itimes.co.kr/kimjuh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