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막 다섯살이 된 박소현(인천시 남구 문학동). 엄마 곁에서 한창 어리광을 부릴 때지만, 어른보다 바쁜(?) 스케줄로 그럴 새가 없다. 소현이는 광고매체는 물론 드라마, 영화 등에서 활약하는 꼬마연기자다.
 “5월에 개봉하는 영화 ‘안녕 형아’ 촬영이 얼마전 끝났어요. 소아암환자 가족의 진한 사랑과 슬픔을 다룬 배종옥 주연의 이 영화에서 소현이는 소아암병동의 환자중 한 명으로 출연을 했지요. 지난해 하반기부터 몇 달간 아이를 태우고 지방을 오가며 촬영을 뒷바라지 했는데, 싫다고 투정 부리지 않는 걸 보면 어린 나이에도 카메라 앞에 서는 것이 좋은 가봐요.” 엄마 김은자(33)씨는 어려서 아직 대사도 제대로 못하지만, 감독들이 원하는 표정연기를 해내려 애쓰는 막내딸이 대견한 눈치다.
 활동한 지 2년여가 된 소현은 ‘애정의 조건’ ‘사랑할거야’ ‘이것이 인생이다’ 등 방송국 드라마는 물론 여러 광고에도 출연을 했다. 흰 피부에 아기답지 않은 오똑한 콧날과 예쁜 눈망울이 여러 감독들 눈에 띈 까닭이다.
 가족 중 한 명도 드문 연예인이 소현이네는 무려 세 명이나 된다. 위로 두 언니도 연기자이기 때문이다. 바로 위 언니인 소이(7)는 최근 인기 드라마 ‘해신’에서 정화 아가씨의 어린 제자 국희역을 한 것을 비롯해 ‘TV문학관’ ‘꼭 한번 만나고 싶다’ 등 수많은 작품에서 빛을 발하고 있다.
 “딸 둘을 낳고는 산후풍에 걸려 지독하게 고생을 하고 있을 때였어요. 아이를 하나 더 낳으면 그 병을 고칠 수 있다고 해서 소현이를 낳게 됐지요. 소현이가 돌 때 동네 사진관에 사진을 찍으러 갔더니 아기사진콘테스트에 한번 내보라는 거예요. 막내와 둘째가 운이 좋게도 3천여명 중 당선이 됐고 출연 요청이 들어오기 시작했어요. 동생들과 촬영현장에 갔던 첫째 소미(11)도 감독들에게 발탁돼 결국은 세 자매가 같은 일을 하게 됐지요.”
 배우들 대다수는 에이전시나 매니저와 계약을 하고 그들과 수입의 일정 부분을 나누는 식으로 활동을 하지만, 세 자매의 매니저는 엄마다. 인천에서 여고를 다닐 당시, 연극과 연출에 관심이 많아 동아리활동도 했지만 여러 상황으로 접어야 했던 젊은 날의 꿈이 이렇게 우연히 아이들을 통해 실현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는 김씨. 엄마 덕분에 세 딸은 세밀한 연기지도는 물론 대사를 소화하는 방법을 익히고 있다.
 딸들이 제 각각 출연하는 터라, 김씨는 서울에서 지방까지 이곳저곳 아이들을 태우고 다니며 밤샘하기 일쑤지만, 남편의 도움이 있어 피로를 잊는다. 딸들의 수입이 그리 많지 않지만 부모는 그들의 미래를 위해 각자 이름으로 각각 만든 통장에 채곡채곡 쌓아두고 있다.
 “계속 이 분야에서 활동하는 것 여부는 전적으로 아이들 의견에 맡기려구요. 연기자라는 흔치 않은 경험이 아이들이 살아가는데 좋은 밑거름이 된다면 족합니다.” 김씨는 부모 욕심으로 억지로 아이들의 장래를 강요하고 싶지는 않다며 웃었다. /손미경기자 blog.itimes.co.kr/mim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