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기회복에 대한 낙관론이 확산되면서 분에 넘치는 과소비 행태가 다시 나타나고 있는 것은 우려할 일이다. 더욱이 가계소득이 늘지않는 상태서 소비만 늘어나는 기형적인 형태를 나타내 자칫 거품소비의 징후가 다시 재연되는 것 같아 여간 걱정스런 것이 아니다.

 통계청이 엊그제 발표한 「1ㆍ4분기 도시근로자 가계수지동향」은 근로자 가구의 소비지출 증가율이 소득증가율을 앞지르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 기간중 도시근로자의 월평균 소득은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0.5% 감소했으나 씀씀이는 커져 가계지출이 지난해 보다 8.9%가 늘어났다. 가계소득은 여전히 감소세인데 비해 분수에 넘치는 소비가 늘어나는 것은 경기가 본격적으로 살아나기도 전에 거품이 먼저 재연돼 지금까지의 개혁노력이 물거품이 되는 것이 아닌지 걱정된다.

 IMF사태이후 눈치를 보며 크게 위축됐던 소비심리가 되살아나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내수가 진작돼야 실물경기가 살아나 공장도 돌고 고용창출도 늘어 실업문제가 해소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부계층의 과소비행태는 문제가 있다. 사치성소비재 수입이 큰 폭으로 늘어 내수진작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 뿐아니라 거품소비만 부추기고 있다. 골프용품, 고급술, 향수, 귀금속 등의 사치성소비재 수입액이 올들어 지난달까지 3억5백62만달러로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61.2%가 늘어났다. 사치성소비재의 수입증가는 무역수지관리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우리는 아직도 IMF체제에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사회전반에 걸쳐 분위기 이완현상이 일고 위기의식이 느슨해지면서 최근에는 해외여행자도 급증하고 있다. 공휴일 고속도로와 행락지는 차량 물결로 가득 메워지고 골프장, 고급음식점도 손님들이 넘친다. 최근의 소비동향이 경제회생에 도움을 주는 건전한 소비가 아닌 과소비, 거품소비가 일어나는 것은 불안하다. 건전한 소비는 물론 장려해야 한다. 그러나 일반 서민들의 정서와 거리가 먼 일부 부유층의 사치성 과소비행태는 자제해야 마땅하다. 금리가 너무내려 시중에 풀린 돈이 주식과 부동산투기를 조장하면 거품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 거품경제가 일지않도록 정부가 통화관리를 제대로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