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고시절 수학 시간에 선생님 몰래 소설책을 읽던 문학소녀가 50년만에 시인으로 등단했다.
 부천문화재단이 주관한 제1회 부천신인문학상 시 부문 수상자 이순례(65·부천시 소사구 소사본3동)씨의 최종학력은 고등학교 중퇴다.
 충청도 시골마을 출신으로 문학을 이론적으로 배워본 적도 없는, 단지 산 타기를 좋아하는 평범한 주부다.
 설악산을 등반한 뒤 속초항에서 마른 오징어를 씹다가 시상을 떠올라 쓴 ‘오징어’가 당선작. 이씨는 “오징어가 아니라 바다를 씹고 있었다”고 말한다.
 10여년 전 걷지도 못할 정도로 건강이 않좋아 시작한 게 등산이다. 설악산에서 한라산까지 오르지 않은 산이 없을 정도로 산을 좋아한다. 겨울산을 타다 동상에 걸릴 정도였지만 변하지 않는 산이 좋았고, 이를 표현하고 싶었다. 그래서 글쓰기를 시작했다. 누가 가르쳐 주지도 않았다. 이책저책 읽고 써본 게 다다.
 그러던 중 우연한 기회에 고향인 논산의 한 신문사에 보낸 시가 신문에 실리면서 이씨는 고향사람들 사이에서 ‘이 시인’으로 불릴 정도로 유명인사가 돼버렸다.
 하지만 이씨는 오히려 화가 났다. “단지 옛 감정을 표현했을 뿐인데 ‘시인’이네 하며 불리는 게 싫었습니다. 등단을 권유하는 사람들도 경솔해 보였죠. 시인들에게 너무 죄송하다는 생각 뿐이었어요.”
 주부문학교실에서 공부를 시작했다. 경인교대 문광영 교수나 김윤식 시인은 이씨의 시에서 따뜻한 감성을 발견했다. 여전히 학술적이 부분은 부족했다.
 영화감독 공부 중인 아들이 어려운 책을 던지며 신춘문예에 한번 나가 보라는 말에 욕심이 생겼다. 그 동안의 공부를 검증받고도 싶었고, 진짜 시인으로 불리고 싶었다.
 심사를 맡은 민영(작가회 이사) 시인은 심사평에서 “‘오징어’와 ‘봄 풍경 읽기’ 등에서 지은이의 오랜 시의 수련을 엿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집어등처럼 반짝이는 한잔의 소주는 /수평선 위에서 검푸른 고독의 냄새를 풍긴다’ 같은 표현은 많은 연습을 거치지 않고는 얻을 수 없는 구절이라고 평가했다.
 진짜 시인이 된 이씨는 “신인상에 누가 되지 않도록 더 많이 노력하겠다”며 수상 소감을 밝혔다. /김주희기자 kimjuhee@incheo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