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풀. 나무를 도화지 삼아
 나무만 그려 ‘나무작가’로 알려진 도금옥(45·사진)씨가 운영하는 ‘비봉땅 자연미술학교’에는 도화지가 없다.
 획일적인 학교 미술교육에서 벗어난 아이들은 대신 들판에 난 꽃이며 풀, 나무, 돌 등 자연 그대로의 재료와 소재로 무한한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도씨가 화성시 비봉면 유포리 비봉초등학교 유포분교에 미술학교(www.bbschool.co.kr)를 차린 것은 지난 2001년 7월. “빠른 것 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도시에서 자란 아이들에게 자연을 접할 기회를 주고 싶었다”는 도씨는 화성시교육청과 임대계약을 맺고 지난 1992년 문을 닫은 이 학교를 미술학교로 탈바꿈 시켰다.
 아이들을 잃어버렸던 학교는 되살아 났다. 패스트푸드에 길들여져 있던 아이들 또한 서서히 자연과 놀는 법을 배우며 생기를 되찾아가 갔다.
 도씨는 “배우고 가르친다기 보다는 또래 아이들과 어울려 놀면서 스스로 깨우쳐가는 마당을 펼쳐준 것 뿐”이라며 “ 손재주만 배우는 것이 아니다. 마음 다스리법도 스스로 깨우쳐간다”고 말했다.
 교육과정은 유치부와 초등부를 대상으로 1년. 아이들이 사시사철 변화하는 자연의 모습을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는 게 도씨의 설명이다. 아이들은 고구마 줄거리로 목걸이를 만들어보고, 여럿이 함께 수개월에 걸쳐 쓰다버린 나사나 철조각 등으로 학교 심벌도 만들어 보고, 커다란 벽화도 그려본다.
 가르치는 선생님들도 현직 교사에서 부터 학원원장, 도예공, 인테리어 기술자 등 다양하다.
 “주말마다 학교를 찾는 아이들은 자연의 변화를 참 신기해 하더라”고 밝힌 도씨는 “고향이 없는 아이들에게 고향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김주희기자 kimjuh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