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역을 배우기 시작하여 한창 그 오묘한 이치에 감동하여 열심히 탐구하고 있을 때, 그리 크지 않은 규모의 회사를 운영하는 모 회사의 K사장이 찾아와 회사의 성쇠를 자세히 알고 싶다고 하여 입서하니 산풍고(山風蠱)괘의 삼효를 얻었다.
고는 風이 山下에 있어 공기가 유통되지 않고, 벌레가 생긴다고 하는 괘다. 이것을 회사에 비유한다면 사업이 활발하지 못하고, 상품도 자본도 유통되지 않으며 사원간에 다툼이 일어난다고 할수 있는 상이다. 삼효는 간부지고. 소유회. 무대구(幹父之蠱. 小有悔. 无大咎). 풀이하면 아버지의 일을 맡아서 처리함이니, 조금 뉘우침은 있으나 큰 허물은 없다. 조금 과하다 싶을 정도로 일을 처리하더라도 옳게 처신하면 큰 허물은 없게 된다는 뜻으로도 풀이할 수 있다.
“사원의 실책으로 인해 이를 만회하려고 애쓰고 있을텐데 혹 그런 일은 없는가요?”하고 물으니 사장이 얼굴이 상기되어 그렇다는 대답 대신 고개를 끄떡였다.
이 괘사의 효사대로 따르면 금년은 좀 실패하더라도 연말의 결산에는 큰 차이가 없겠으나 내년은 중요한 시기다. 그러므로 지금부터 사원들이 각오하고 일치 단결하여 노력한다면 어려움을 뚫고 회사를 유지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도산에 이룰지도 모른다. 만약 노력하여 성공한다면 내후년이 되야 실효가 나타나고 사운도 크게 일어날 것이다. 이것을 간부지고라고 하는 것이다.
부지고란 선배의 실책을 이어받는 것을 말하고 내년이란 제사효를 가리키고 내후년이란 제오효를 가리키는 것이니 4효, 5효의 효사를 보고 고찰해야 한다.
사장은 이 점괘를 듣고 말하길 “점서는 실로 적절합니다. 금년은 사원들이 그저 지금까지의 방법을 답습했기 때문에 사업이 활발하지 못하고 손실을 가져왔습니다. 특히 사원 중에 부적당한 사람이 있었는데 마침 의혹이 생겨 우선 그 사람을 퇴사시키고, 제가 그 일을 대신하여 처리했던 것입니다. 선생님의 괘 풀이대로 내년은 사운이 어려운 때임을 지금부터 각오하고 내후년에 성운을 맞이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하고 돌아갔다.
인간에게는 갖가지 욕망이 있다보니 욕심에 앞서 일을 그르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현재의 어려움 때문에 그냥 될대로 되라는 식으로 포기하기 보다는 운의 흐름을 알아 여러 국면에 활용하면 흉운도 피해 갈 수 있으므로 현명하고 재치 있는 사람은 K사장처럼 사업에 참고하는 지혜를 발휘한다.

다음:새해인사
www.yejiyeon.com
☎(032)867-03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