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비 역술인
 십여년 전 역학지에서 읽은 내용이 문득 생각나, 또한 웃지 못할 엄연한 사실이어서 여기 적어볼까 한다. 그의 이름은 역술인 사이에서 꽤나 알려진 인물이다. 가히 그의 행적은 엉뚱한 면이 많았다. 카리스마적인 그의 행동에는 똑똑하다는 사람도 많이 당하였다 한다. 실제로 이런 일화가 있었다.
 모 법조계에 계신 분이 하루는 그를 찾아와 “저희 집사람이 집을 나갔는데 언제 돌아오겠습니까?”하고 물었다. 어떻게 왔든 일단 그에게 가는 사람은 단위가 한두장이 넘는 고액을 내게 되어 있었다. 많은 돈을 받고서 모월모일까지는 부인을 꼭 들어오게 해준다는 약속을 하고 그 분을 보냈다. 약속한 날짜가 다가오자, 그는 자기의 거짓행각이 탄로날까봐 노심초사하고 있었는데, 시간이 다되어 그분이 시무룩하게 사무실 문으로 들어왔다. “아직 소식이 없는데요.” 그 때 그는 기발한 연극으로 그분을 또 속일 수 있었다.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부인이 집으로 들어오게 할 수는 있으나, 들어오면 얼마 후에 곧 죽게될 운세입니다. 그래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데 이 일을 어쩌지요?” 하자, 말을 다 듣고나서 그분은 심각하게 생각하더니 그도 그럴듯하여 도리어 얼마를 더 주고서, “집에 당장 안 들어와도 좋으니 제발 죽지 않게만 해 주십시요.”하고 돌아갔다. 젊잖은 그 분은 의외로 그런 부류의 사이비 역술인을 접할 기회가 없었기 때문에 어리석게 또 속고 만 것이다.
“아는 사람은 말하지 않고, 말하는 사람은 알지 못한다. 그러므로 도의 신비한 조화가 하나가 된 사람은 남들이 근조하게 할 수도 없으며, 소원하게 할 수도 없고, 이익을 줄 수도 없고 해악을 끼칠 수도 없으며, 귀하게 할 수도 없고 천하게 할 수도 없다. 그러므로 이 세상에서 가장 존귀한 존재가 되는 것이다.”언젠가 읽었던 노자의 도덕경이 떠올라 필자도 역학을 하는 한 사람으로서 과연 바르게 가고 있는가 하는 자성의 소리로 여기 부끄러움에 적어본다.
 토정 이지함선생은 솥뚜껑을 뒤집어 쓸 정도로 무척 가난했다 한다. 그는 정도의 길을 걸으려고 무척 노력했던 분으로 진정 역학을 사랑하고 이웃을 아낄줄 아는 참 역학인의 길을 걸어갔다. 토정 선생처럼 춥고 배고픈 선비는 못될 망정 최소한 학문을 빙자해 사이비 역술행위는 하지 말아야 하겠다. 다음; 분실점, www.예지연.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