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목·대립 끊고 '조화·균형' 이뤄야
▲ 서로 엇갈린 새의 양 날개에서 온 非(비)는 부정과 잘못을 뜻한다. /그림=소헌
▲ 서로 엇갈린 새의 양 날개에서 온 非(비)는 부정과 잘못을 뜻한다. /그림=소헌

“道(도)는 하늘과 땅 사이에서 중립적으로 서 있는데, 이것이 모든 것을 조화롭게 한다.” 노자의 말이다. 자석을 보라. 음극과 양극이 한 몸에 존재하면서 쇠를 끌어당긴다. 하지만 자석의 중간지점은 磁性(자성)이 없다. 이처럼 서로 대립하고 있는 힘의 균형점은 어느 한 곳에 속하지 않고 비어 있다. '造化'란 어느 한 방향으로 극단적이지 않고 서로 잘 어울려 모순됨이나 어긋남이 없는 상태를 말한다. 바둑이나 장기에서 최고의 덕목은 '조화와 균형'이다.

 

2020년은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영증)이 집어삼키는 사이 더불어민주당은 헌정사상 단일 정당이 차지한 최다 의석수를 확보했다.

①1월에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나온 뒤 집단감염이 터져 나오자 정부는 다중이용시설의 운영을 제한하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도입했다. 하지만 일상감염이 퍼지며 대유행이 시작됐고, 하루 1000명대 확진자가 나오면서 연일 최다 기록을 경신하였다. ②제21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지역구 163석과 비례정당 17석을 합친 180석을 차지하며 압승했다. 반면 미래통합당은 103석을 차지하는 데에 그치며 개헌저지선을 겨우 지켰다. 민주당은 과반 의석을 토대로 국무총리·대법관·헌법재판관 등 임명동의안도 단독 처리가 가능해졌으니, 사실상 개헌 빼고는 국회의 모든 권한을 휘두를 수 있게 되었다. ③온라인에 개설된 단체 채팅방에서 불법 성 착취물을 제작 유포한 'n번방'으로 인해 한국사회는 커다란 충격에 빠졌다. ④검찰개혁을 둘러싼 법무부 장관(추미애)과 검찰총장(윤석열)의 갈등이 연일 뉴스에 달궈졌다. 추 장관은 검찰 간부들에 대한 대대적인 물갈이 인사를 했고, 윤 총장과 검찰은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수사로 청와대를 조준했다. 여권은 윤 총장을 검찰 기득권의 상징으로 규정하고 사퇴를 압박했으며, 국민의힘은 윤 총장에 대한 방어막을 치는 가운데 되레 윤 총장은 보수진영의 유력한 차기 대선주자로 떠올랐다.

⑤4월 오거돈 부산시장이 부하 직원을 추행했다는 오거돈이 부산시장직을 내려놨다. 7월에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북악산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미투'로 정치권에는 파동이 일었다. ⑥지난해 '12·16대책' 발표 이후 강남권 집값 상승세가 주춤하는 듯하였으나, 서울 외곽과 수도권에 '풍선효과'가 나타났다. 정부는 다주택자·법인에 대한 세금을 크게 올리는 내용의 '7·10대책'을 발표하며 수요를 눌렀으나 이번엔 전세시장으로 옮겨붙었다. 이 과정에서 '공황구매(패닉바잉)' 현상이 일었다. ⑦남북관계가 최악의 상황을 맞았다. 탈북민 단체들의 대북 전단 살포에 반발한 북한은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청사를 폭파했다(6.16). 아울러 소연평도 해상에서 실종된 공무원이 북측 해역에서 북한군의 총격을 받고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고(9.22),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사과의 뜻을 전달했지만 남북관계는 파행을 이어갔다.

 

非 비 [아니다 / 그르다 / 허물]

①원래 非(비)는 새의 양 날개를 가리켰는데, 서로 엇갈린 모습에서 잘못되었거나 부정적인 뜻으로 변했다. ②이에 반해서 한 방향을 향하고 있는 새의 깃털인 羽(깃 우)는 서로 '돕다' 또는 긍정의 뜻으로 쓴다. ③보통 '날다' 뜻은 飛(비)로 쓴다.

我是他非(아시타비) 나는 옳고 남은 그르다. 철저히 반목과 대립을 일삼는 국회, 옳고 그름을 제대로 판결하지 못하는 사법, 제 패거리들만 보살피는 행정에서 극심한 국론분열을 본다. 일찍이 장자는 “도道가 손상되어 시비다툼이 드러나는 것이며, 양편으로 갈린 상태로는 바로잡을 수 없다.”고 했다. 누가 이 말에 是非(시비)를 걸겠는가? - 「韓字 너 어디 있었니?」 중에서.

▲ 전성배 한문학자·민족언어연구원장·<수필처럼 한자> 저자.
▲ 전성배 한문학자. 민족언어연구원장. <수필처럼 한자> 저자

/전성배 한문학자. 민족언어연구원장. <수필처럼 한자>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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