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릇된 것 깨고 바른 것 드러내야
▲ 그물(罒)로만 잡을 수 있는 큰 곰(能)을 罷(파)라고 한다. / 그림=소헌
▲ 그물(罒)로만 잡을 수 있는 큰 곰(能)을 罷(파)라고 한다. / 그림=소헌

대통령은 헌법과 법률에 따라 권한을 행사해야 함은 물론 공무수행은 투명하게 공개해 국민의 평가를 받아야 한다. 그런데 피청구인은 최서원의 국정개입 사실을 철저히 숨겼고, 그에 관한 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이를 부인하며 오히려 의혹 제기를 비난했다. 이로 인해 국회 등 헌법기관에 의한 견제나 언론에 의한 감시장치가 제대로 작동될 수 없었다. (중략) 피청구인의 위헌위법 행위는 대의 민주주의 원리와 법치주의 정신을 훼손한 것이다. 피청구인은 대국민담화에서 진상규명에 최대한 협조하겠다고 했으나, 정작 검찰과 특별검사의 조사에 응하지 않았고 청와대에 대한 압수수색도 거부했다. 이 사건 소추와 관련한 피청구인 일련의 언행을 보면 법 위배 행위가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할 헌법수호 의지가 드러나지 않았다. 결국 피청구인의 위헌위법 행위는 국민의 신임을 배반한 것으로, 헌법 수호의 관점에서 용납될 수 없는 중대한 법 위배 행위라고 봐야 한다. 피청구인의 법 위배 행위가 헌법 질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과 파급효과가 중대함으로 피청구인을 파면함으로써 얻는 헌법 수호의 이익이 압도적으로 크다고 할 것이다. “주문,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 - 출처 「선고문」.

 

2017년은 대한민국 헌정사상 처음으로 대통령이 罷免(파면)된 해다.

①헌법재판소는 탄핵소추안을 인용하여 박근혜를 대통령직에서 파면하였다(3.10). 이로써 박근혜는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곧바로 지위를 상실한 것은 물론이고, 탄핵과 별개로 국정농단 수사 결과로 구속됐다. ②세월호가 침몰 해역에서 끌어 올려져 3년 만에 목포신항으로 옮겨졌다. 선미 램프를 절단하고 선체에 구멍을 뚫어 무게를 줄이는 등 힘든 과정을 거쳤다. ③성주 기지에 사드(THAAD) 발사대 두 基(기)와 사격통제레이더 등 장비 반입이 이뤄지면서 韓·中 양국의 갈등이 최고조에 이르렀다. ④장미가 활짝 피는 시기에 치러진 '장미대선'은 문재인(민주당), 홍준표(자유한국당), 안철수(국민의당), 유승민(바른정당), 심상정(정의당) 등이 출마했다. 그중 문재인 후보가 42%의 득표율로 제19대 대통령에 당선됐다.

⑤'적폐청산'을 과제로 삼은 文 정부는 국정원이 민간인 댓글부대를 운용하며 여론조작을 벌인 사실을 밝혀냈다. 이밖에도 강원랜드 채용비리, 역사교과서 국정화, MBC 부당노동행위 등 각종 의혹에 대한 수사가 진행됐다. ⑥북한은 역대 최대 규모인 6차 핵실험을 감행했으며, ICBM급 화성-15형을 발사한 뒤 '국가 핵무력 완성의 역사적 대업'이 실현됐음을 선언했다. ⑦최저임금위원회가 2018년 최저임금을 7,530원으로 확정했다. 전년보다 16.4% 오른 금액이며 17년 만에 최대 인상 폭이다. ⑧정부가 '8·2부동산 대책'을 발표했으나, 수년간 이어진 부동산대출 규제 완화와 저금리 장기화 영향으로 가계부채는 1,400조원을 넘어섰다.

 

罷 파 [놓다 / 그만두다]

①能(능할 능)은 재주부리는 곰을 본뜬 글자다. ②能(능)에 네 발(灬)을 넣어 熊(곰 웅)을 만들었고, 그물(罒망)로만 잡을 수 있는 ‘큰 곰’을 뜻하는 罷(파)를 만들었다. ③罷(파)는 지위가 높고 힘이 센 사람을 비유하는데, 이들은 죄를 지어도 금방 풀려난다는 뜻으로 쓰게 되었다.

破邪顯正(파사현정) 그릇된 것을 깨고 바른 것을 드러내다. 국가 또는 지방공공 단체의 사무를 맡아보는 사람을 공무원이라 한다. 교육·경찰·국제 공무원 등이 있으며 여기에 국회의원을 더하면 공직자로 분류한다. 이들이 부정을 저지르면 파면시키고 관고(창고)를 봉하여 잠근다. 封庫罷職(봉고파직)이다. 반면에 민중의 삶을 위하여 헌신하는 공직자를 淸白吏(청백리)라 하며 가장 명예로운 칭호다. “선택하라. 그릇된 것 아니면 바른 것.”

▲ 전성배 한문학자·민족언어연구원장·<수필처럼 한자> 저자.
▲ 전성배 한문학자. 민족언어연구원장. <수필처럼 한자> 저자

/전성배 한문학자. 민족언어연구원장. <수필처럼 한자>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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