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배 타면 운명, 찢어지면 분열
▲ 사람들로 하여금(令) 입(口)으로 명령(命)을 내린다. /그림=소헌

여러 사업에 실패한 아버지와 해머던지기 선수 출신인 어머니 그리고 대학 4수생 아들과 미대 지망생 딸은 반지하 집에서 살아가는 백수 가족이다. 집안에는 꼽등이와 바퀴벌레가 득실거린다. 그들은 피자박스 접기로 생계를 이어간다. 얼마 후 아들이 부잣집의 고액과외를 맡게 되고, 이후 딸도 그 집 미술 선생님으로 고용된다. 게다가 아버지는 박 사장의 운전기사로 아내도 가정부로 들어가게 된다. 박 사장 가족이 집을 비운 사이 그들은 제집인 양 들어앉는다. 그때 저택의 지하실에서는 또 다른 사람이 이미 寄生(기생)하고 있었다. - 영화 <기생충> 줄거리.

 

2019년도 가장 큰 이슈는 '分裂(분열)'이다. 집단이나 사상이 갈라져 두 동강으로 나뉘었다.

①김정은과 트럼프가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비핵화 방식에 합의하지 못했다. 단계적 이행을 원하는 북한과 일괄적인 빅딜을 주장하는 미국 간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것이다. 이후 김정은은 자력갱생에 의한 경제발전 노선을 채택하고, 제재 해제에는 더 이상 집착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②조국을 법무부 장관으로 지명하자 국회에서는 이른바 '조국정국'이 펼쳐졌다. 서초동에서는 '검찰개혁' 집회가 그리고 광화문에서는 '조국사퇴' 집회가 경쟁적으로 열렸다. 여론은 두 동강 났으며, 결국 연말에 이르러 법무부 장관 자리에는 추미애가 앉았다. ③20대 마지막 정기국회가 마비되는 지경이 이르렀다. 여야는 공직선거법 개정안, 공수처 설치법안 등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과 연계하여 필리버스터(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악용하였다. 이 과정에서 물리적 충돌을 빚으며 '동물국회' 또는 '폭력국회'가 재연되었다. 주된 민생법안은 발목이 묶였고, '최악의 국회'라는 별칭을 얻었다.

④이춘재가 범행을 자백함으로써 33년 간 未濟(미제) 사건으로 알려진 '화성 연쇄살인 사건'은 '이춘재 연쇄살인 사건'으로 변경되었다. ⑤강남 클럽 '버닝썬'에서 불거진 연예계 醜聞(추문)이 경찰과 업소·연예인 간 유착 의혹과 음란물 유포 등을 포함한 게이트로 비화했다. ⑥영화 '기생충'이 한국 영화 100년 역사상 처음으로 프랑스의 칸(Cannes) 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베를린·베니스 영화제와 함께 세계 3대 영화제 중 하나로 불리는데, 칸이 가장 권위 있는 상으로 평가받는다. ⑦양승태(전 대법원장)가 사법부 수장 최초로 구속기소되었다. 구체적 혐의는 재판개입, 사법부 블랙리스트, 비자금 조성 등 무려 47건에 이른다. ⑧한국 대법원이 일제강점기 징용배상을 판결하자 일본은 보복 조치로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소재 3개 품목에 대해 수출제한 조치와 함께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수출절차 우대국 명단)에서 제외하였다. 이에 맞서 한국도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을 종료하겠다고 선언하며, 일본을 세계무역기구에 제소하고 백색국가에서 제외하도록 고시했다.

 

命 명 [목숨 / 하늘의 뜻]

①令(령)은 사람을 모아놓고(亼집) 굴복(卩절)시키며 '명령'을 내리는 글자였다. ②그런데 점차 '우두머리'나 '하여금' 등으로 쓰이자, 입(口)으로 명령을 내린다는 命(명)을 새로 만들게 된다.

共命之鳥(공명지조) 목숨을 함께 하는 새. 극락에 살며 두 개의 머리가 한 몸을 공유하는 운명공동체를 뜻한다. 줄여서 共命鳥(공명조) 또는 同命鳥(동명조)라고 하며, 두 생명이 함께 붙어 있다 하여 相生鳥(상생조)나 共生鳥(공생조)라고도 한다. 우리가 남북으로 갈린 것도 모자라 동서로 찢겨져 으르렁 대고 있다. “잊지마라. 한 배에 타면 한 운명이라는 것을.” - 영화 <바다로 간 산적> 대사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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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성배 한문학자. 민족언어연구원장. <수필처럼 한자> 저자

/전성배 한문학자. 민족언어연구원장. <수필처럼 한자>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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