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물밀물

어느덧 12월 중순이 지나 학기 말 시즌이 되었다. 이맘때가 되면 교수들이 학기 말 종강 멘트로 무슨 말을 해야 하나 고민하게 된다. 그래서 필자는 오랫동안 에드워드 글레이저의 '도시의 승리' 책에 나오는 내용을 인용해, “즐거운 도시가 승리하는 것처럼 즐거운 강의를 하려 나름 노력했는데 학생들은 어땠는가?” 물으며 마지막 멘트를 했다. 그런데 종강 멘트 길어야 5~10분 정도인데, 이게 항상 쉽지 않다.

일반사람들이 생각하기에 강의나 강연 시간이 길면 준비시간도 길 것으로 생각하는데, 웅변가로 널리 알려진 미국 28대 대통령 윌슨이 기자가 질문했을 때 이런 말을 했다. “저희에게 5분짜리 연설을 들려주시려면 보통 준비 기간이 얼마나 필요하십니까? 하루 정도는 밤낮으로 준비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30분 정도 말씀하시려면 어떻습니까? 3시간 정도는 준비해야 하지요” “그럼 연설 시간을 2시간으로 늘린다면요? 두 시간이라고요? 그럼 지금 당장 시작합시다!” (인터넷 리얼디베이트에서 인용).

이 말은 2시간 정도 강연할 때 실수를 하면 만회할 시간과 의도한 내용을 전달할 시간이 아직 있다. 그런데 5분 연설할 때 말실수를 하면 상황이 꼬이고 만회할 시간이 없다. 그래서 교수들은 강단에서 2~3시간 강의는 무난하게 하지만, 5~10분 축사나 격려사를 하라면 머리에서 갑자기 쥐가 나기 시작한다.

매 학기 종강 멘트를 준비할 때마다 밤잠을 설쳤다. 이번 학기 종강 멘트는 고심 끝에 다음 내용을 준비했다. 한 학기 잘 보냈고, 다음 학기에 즐거운 얼굴로 보기를 기대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첫째, 가슴이 뛰는 삶을 살자. 즉, 뜨거운 열정으로 학문을 탐구하기 바란다. 둘째, 눈이 녹으면 무엇이 되는가? 사람들이 눈이 녹으면 물이 된다고 하는데 그 말도 맞지만, 눈이 녹으면 봄이 온다. 항상 따뜻한 마음으로 주변을 살피고 세상을 보기 바란다. 셋째, 생각하며 살기 바란다. 생각하고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 이 말은 오늘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 생각하며 의미 있게 살면, 오늘이 모여 한 달이 되고, 한 달이 모여 한 해가 되고, 한 해가 모여 인생이 된다는 말이다.

종강 멘트를 준비하며 한 학기가 가고, 한 해가 지나는 것을 체감한다. 그런데 종강 멘트는 학생을 위해 준비하지만, 멘트를 준비하며 내가 반성하고 정화되는 것을 느낀다. 그래서 대학 캠퍼스 개강과 종강은 아직도 내 마음을 설레게 한다.

▲김천권 인하대 명예교수∙인천학회 고문.
▲김천권 인하대학교 명예교수

/김천권 인하대학교 명예교수



관련기사
[썰물밀물] 지방시대와 인천학회 21세기 새로운 밀레니엄이 도래하며 글로벌시대가 열렸다. 그런데 글로벌하면 연관해서 따라오는 용어가 바로 '로컬(local)'로서, “Think globally, Act locally”, 즉 “생각은 세계적으로, 행동은 지역적으로”라는 명제가 세상을 풍미하고 있다. 이번 윤석렬 정부에서도 '지방시대위원회'를 만들어 '지방시대'를 국정비전으로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지방시대는 중앙에서 열어주지 않으며, 지방이 스스로 열어야 한다. 그러려면 우선 지역전문가들이 뭉쳐야 한다.지역에서 다양한 사람 [썰물밀물] 부산 엑스포 유치 실패로부터 교훈 2030년 부산 엑스포 유치 실패로 국민의 마음이 허탈하다. 정부와 매스컴에서 연일 대통령의 '세일즈 외교'와 엑스포 유치의 '장밋빛 전망'에 열을 올렸는데 결과는 참패, 그것도 예상치 못한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으니 변명의 여지가 없다. 이번 엑스포 유치 실패로 글로벌 사회에서 정보력·외교력·분석력·판단력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우리는 새삼 느꼈다. 엑스포 유치가 쉽지 않은 경쟁이라고 생각은 했었지만, 119:29의 압도적 차이로 탈락할 줄은 예상치 못했다.권력 집단의 부패와 비리를 극단적으로 묘사한 영화 [썰물밀물] 삶의 방식, 결정론과 목적론 불교 금언에 이런 말이 있다. “당신의 과거가 궁금하면 지금의 처지를 살펴보라. 당신의 미래가 궁금하면 지금의 처지를 살펴보라.” 이 말은 지금의 상황은 과거에 한 행위의 결과이고, 미래는 지금 어떻게 하고 있는가의 결과라는 것이다. 아마 인과응보를 이렇게 표현한 것 같다. 서양 철학에서 인간의 삶을 설명하는 방식에 결정론과 목적론적 접근이 있다. 결정론적 접근은 인간의 삶을 선형적(linear)으로 바라보는 방식으로 원인이 있고 결과로 나타난다는 논리다. 반면에 목적론적 접근은 인간의 삶은 궁극적인 목적이 무엇인가에 따라 현재의 [썰물밀물] MZ세대의 도시사용법 얼마 전에 지인이 강력추천해서 영종도 을왕리에 있는 메이드림 카페와 동양염전베이커리를 다녀왔다. 두 곳 모두 예전에는 다른 용도로 사용했던 공간을 리모델링해서 독특한 카페로 재탄생한 곳이다. 비즈니스 하기에 별로 좋은 장소가 아니었는데도 젊은 계층이 문전성시를 이루는 것을 보고는 뭔가 세상이 바뀌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역시 MZ세대들은 뭔가 다르다.MZ세대,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를 통틀어 지칭하는 신조어인데, 막상 MZ세대는 자신들을 하나로 총칭하는 이런 용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한다. 하기는 다양성과 차별성을 추구하는 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