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 부산 엑스포 유치 실패로 국민의 마음이 허탈하다. 정부와 매스컴에서 연일 대통령의 '세일즈 외교'와 엑스포 유치의 '장밋빛 전망'에 열을 올렸는데 결과는 참패, 그것도 예상치 못한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으니 변명의 여지가 없다. 이번 엑스포 유치 실패로 글로벌 사회에서 정보력·외교력·분석력·판단력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우리는 새삼 느꼈다. 엑스포 유치가 쉽지 않은 경쟁이라고 생각은 했었지만, 119:29의 압도적 차이로 탈락할 줄은 예상치 못했다.
권력 집단의 부패와 비리를 극단적으로 묘사한 영화 <내부자들>에 이런 대사가 나온다. “추억은 가슴에 묻고, 지나간 버스는 미련을 버려!” 그래, 이제 버스는 지나갔다. 그러니 지나간 버스는 미련을 버리고, 다음 버스를 기다려보자. 그런데 그냥 손 놓고 기다리지 말고, 왜 이런 결과가 나왔는지 냉철하게 분석하여 다시는 같은 전철을 밟지 말아야 할 것이다.
유치 실패의 성적표를 받고 무엇을 반성하고 무엇을 고쳐야 할 것인가? 우선 두 가지가 머리에 떠오른다. 첫째는 결과에 대해 오판을 가져온 요인이 무엇인가를 투명하게 들여다보아야 한다. 둘째는 재도전의 가치가 있는가를 면밀하게 평가해야 한다. 첫째, 정부는 무엇을 근거로 엑스포 유치를 낙관했는가? 이번 사건이 글로벌 행사를 유치하는 경쟁이었으니 망정이지, 만약에 국가 사이에 전쟁이나 국익에 큰 영향을 미치는 치명적 사안이었다면 어쩔뻔했는가? 갑자기 머리에 우크라이나가 떠오르는 이 불안한 기시감은 뭐지! 이번 사태를 통해 세계의 흐름을 바로 보지 못한 국가 시스템에 대한 철저한 점검과 정비가 이루어져야 한다.
둘째, 부산 엑스포를 재도전할 가치가 있는 사인인지 냉철히 평가할 필요가 있다. 정부와 기업들은 엑스포와 같은 행사의 긍정적 효과는 강조하고, 부정적 영향은 숨기는 사례가 빈번하다. 예를 들면, 엑스포·올림픽 유치 등을 통하여 지역경제가 활성화되며 도시 이미지가 높아질 것만 홍보한다. 그러나 행사를 통한 지역 활성화 효과는 부동산개발·건설업자, 금융업자 등 일부 집단에 독점적으로 혜택이 가는 반면에 비용부담은 일반 시민들에게 전가된다는 것은 감추고 있다. 부산에서 엑스포가 개최된다면 과연 그 혜택이 부산 시민 모두에게 골고루 배분될 것인가? 글쎄다. 버스는 지나갔다. 그러나 버스가 지나간 것을 과거로 돌릴 것이 아니라, 철저한 학습을 통해 교훈으로 삼아야 한국사회의 미래가 있다는 것을 우리 모두 명심하자.
/김천권 인하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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