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가는 '바른말'을 알아들어야
▲ 도자기(皿)를 보면 침(㳄)을 흘리며 훔치려고(盜) 하는 놈이 도둑(盜)이다. / 그림=소헌

진나라의 명문인 '범씨' 집안이 몰락하면서 어수선해지자 귀한 물건들이 도둑맞곤 하였다. 어느 날 한 도둑이 들어 커다란 종을 훔치려고 했다. 그러나 종이 워낙 크고 무거웠던 탓에 옮길 수 없었다. 그래서 도둑은 종을 부수어 조각내기로 하고는 망치로 힘껏 내리쳤다. 그러자 “꽝!”하며 요란한 소리가 났다. 녀석은 다른 사람들이 들을까 겁이 나서 얼른 자기의 귀를 막았다. 하지만 그 소리를 듣고 달려온 사람들이 놈을 붙잡았다. - 출처 「여씨춘추」.

 

2011년은 세계적으로 개혁과 민주화의 함성으로 가득 메운 시위로 시작해서 시위로 끝난 해로 평가됐다. 타임지(TIME)는 올해의 인물로 '시위자(Protester)'를 골랐다.

①삼화저축은행의 영업정지로 시작된 저축은행 사태 이후 15개 저축은행이 뒤이어 문을 닫았다. 불법 대출, 정·관계 로비 등 고객들의 불안 심리로 뱅크런(대규모 현금인출)이 벌어졌다. ②민주당의 무상급식 당론에서 시작된 '보편복지·선별복지'를 두고 벌인 복지논쟁은 서울시가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선택하면서 최고조에 달했다. 하지만 투표율 미달로 무산되었고,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이라고 치부했던 한나라당도 예산을 증액하는 등 사회 전반이 복지확대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③강원도 평창이 세 번째 도전하여 2018 동계올림픽 개최지가 되었다. 이로써 올림픽, 월드컵,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개최한 우리나라는 여섯 번째로 세계 4대 스포츠 행사를 치르는 '그랜드슬램' 국가가 됐다. ④이틀간 400mm를 퍼부은 폭우로 서울 우면산에 산사태가 일어나 사망자 17명이 발생하고 도심이 마비돼 '10년 내 최악의 물난리'로 기록됐다.

⑤기성 정치권에 대한 불신으로 '안철수 돌풍'이 일었다.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 시 각종 여론조사에서 그는 50%대의 지지율이 나왔다. 그러나 지지율 3%대인 박원순에게 후보직을 양보해 당선을 도우며, 차기 대권 주자로 올라섰다. ⑥한나라당이 야당의 저지에도 한·미 FTA 비준안과 이행에 필요한 14개 부수 법안을 표결에 부쳐 통과시켰는데, 민노당 김선동 의원이 항의하며 본회의장에 최루탄을 터뜨렸다. 새해 예산안은 기한 내 처리되지 못했다. ⑦뉴스Y(연합뉴스)와 JTBC(중앙일보), TV조선(조선일보), 채널A(동아일보), MBN(매경신문) 등 4개의 종합편성채널이 출범했다. 지상파를 중심으로 한 미디어계의 판도 변화가 불가피했다. ⑧사측의 정리해고 통보와 노조의 총파업으로 촉발된 한진중공업 노사갈등은 민주노총 지도위원의 고공농성 돌입과 5차례 걸친 '희망버스'로 사회적 이슈가 됐다. ⑨북한 매체들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열차 안에서 심장성 쇼크 합병증으로 사망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12.17). 이로써 김일성 주석 사후 정권을 잡은 지 13년 만에 막을 내렸다. 이어 김정은을 새 영도자로 선포했다.

 

盜 도 [훔치다 / 도둑]

①冫(얼음 빙)에 欠(하품 흠)을 합치면 次(버금 차)가 되며,氵(물 수)와 欠(흠)이 뭉치면 㳄(침 연)이 된다. ②귀한 도자기(皿그릇 명)를 보면 침(㳄)을 흘리며 훔치고(盜도) 싶어 하는 놈이 도둑(盜)이다. ③次(차)를 쓴 盗(훔칠 도)는 盜(훔칠 도)와 같이 쓴다. 掩耳盜鐘(엄이도종) 자기 귀를 막고 종을 훔치다. 사람들이 다 알고 있는데 잔꾀로 남을 속이려 하나 아무런 소용이 없다. 또는 나쁜 일을 하고도 잘못됐다는 생각은 하지 않고, 사람들의 비난이 싫어 귀를 막는 어리석은 행동을 한다. 무릇 정치가는 '바른말'을 알아들어야 한다. 그러나 듣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저 자기 말과 자기 생각을 강요할 뿐이다. 우리가 그들에게 '투표'로 보여줘야 한다. “알려줘야지, 우리가 왜 싸우는지.” 영화 <암살> 명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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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성배 한문학자. 민족언어연구원장. <수필처럼 한자> 저자

/전성배 한문학자. 민족언어연구원장. <수필처럼 한자> 저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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