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임금이 물욕에 얽히지 않고 오로지 바르게 다스리는 이치를 따져 생각한다면 君子의 소망이 이루어질 것이요, 사사로운 욕심이 조금이라도 싹튼다면 小人이 노리는 틈이 많아질 것이다. 직언을 싫어하거나 예전대로 이럭저럭 안일하게 지내려는 사심이 싹튼다면 소인은 반드시 '국가는 잘 다스려져 있으니 걱정할 것이 없다'는 말로 임금을 현혹할 것이다. 샛길과 굽은 길을 다 헤아릴 수 없으나(旁岐曲逕 不可悉數) 간추려 말하면, 모두 임금의 이목을 가리고 자신의 이익을 도모하는 것이다. 이치를 궁구하고 공평하여 사사로움이 없는 마음을 근본으로 삼아야 한다.” - 율곡 「동호문답」 역주.
2009년은 세종시, 4대강 사업, 미디어법 등에 대하여 여야간 갈등의 폭이 어느 해보다 깊었다. 한국 정치가 여러 갈림길 앞에서 바른길로 들어설 수 있기를 기대했다.
①용산 재개발지역에서 건물을 점거 농성중이던 철거민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시민 5명과 경찰관 1명이 숨졌다. 참사로 인해 무분별한 재개발 정책에 대한 비판과 보상제도가 보완돼야 한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②“죽이고 싶어 죽였다” 쾌락형 연쇄살인범 강호순이 체포됐다. 그는 군포 여대생, 군청 여직원, 노래방도우미 그리고 장모와 전처 등 부녀자 10명을 살해하였으며, 법원은 사형을 선고했다. ③북한이 장거리 로켓 '광명성 2호'를 발사한(4.5) 후 이어서 2차 핵실험을 강행했다(5.25). 유엔은 대북 무기수출입 금지, 금융제재 등을 골자로 하는 안보리 대북 제재 수위를 높였다. ④멕시코에서 입국한 여성이 신종 인플루엔자A(H1N1) 첫 감염자로 확인된 이래 집단 발병이 이어졌다. 확진자가 280만명을 넘어섰고 사망자는 130명에 육박했다. 정부는 국가전염병위기단계를 '심각'으로 격상했다가 다시 '경계'로 하향했다.
⑤정관계 로비 사건으로 불리는 '박연차 게이트'에 연루돼 검찰 조사를 받던 노무현 前 대통령이 고향에 있는 봉화산 부엉이바위에서 투신하여 서거했다(5.23). 장례는 경복궁 앞뜰에서 국민장으로 치러졌다. 전국 335곳에 분향소가 설치되었고, 500만명이 넘는 조문객이 이곳을 찾았다. 일각에서는 검찰의 책임론을 제기하는 등 파장을 몰고 왔다. 검찰은 '공소권 없음'으로 수사를 종결했다. ⑥노무현 영결식에서 오열했던 김대중 전 대통령이 폐렴으로 사망했다(8.18). 장례는 고인이 남긴 민주화 및 남북화해 업적을 고려해 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23일 국장'으로 치러졌다. 그의 서거로 이른바 '3김시대'는 막을 내렸다. ⑦지난해 뇌혈관계 질환으로 쓰러졌다가 어느 정도 회복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셋째 아들 김정은을 후계자로 내정하며 권력세습에 착수했다. 김정은은 '100일 전투' 등 업적 쌓기에 나섰다. ⑧세종시 수정 가능성(백지화)이 언급되자 야권과 충청권이 반발하면서 논란이 촉발됐다. 정부는 대안 마련에 들어갔으나,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원안 고수' 견해를 밝히면서 여권 내 갈등으로까지 번졌다.
岐 기 [갈림길 / 갈래짓다]
①支(지탱할 지)는 낭떠러지에서 나뭇가지(十)를 손(又)으로 잡고 버티는 모습이다. ②支(지)는 원래 '나뭇가지'로 쓰였다. 그러다가 '木'을 넣은 枝(가지 지)를 새로 만들었다. ③깊은 산(山)에서는 나뭇가지(支)가 굽은 방향을 보고 갈림길(岐기)에서 벗어날 수 있다.
旁岐曲逕(방기곡경) 샛길과 구불구불한 길. 바른길을 따라 정당하게 하지 않고 그릇된 수단을 써서 억지로 함을 비유한다. “나로 말미암아 여러 사람이 받은 고통이 너무 크다. 누구도 원망하지 마라. 운명이다. 집 가까운 곳에 아주 작은 비석 하나만 남겨라.” 바보 노무현 유서 中.
SNS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