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물밀물

집권 여당이 왜 갑자기 김포를 서울로 편입하자는 의제를 들고나왔는가? 글쎄, 대도시 광역권체제가 글로벌 대세이기 때문에 우리도 광역권 도시체제를 확립해 도시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논리라면 이해가 된다. 그런데 앞 칼럼에서 밝혔듯이 대도시 광역경제권과 광역행정체제는 별개 문제이다.

한 번 생각해 보시라! 세계적 도시들 가운데 광역경제권역과 광역행정권역이 일치하는 곳이 어디 있는가를! 미국 뉴욕, LA, 영국 런던, 프랑스 파리… 어디에도 대도시 광역경제권역과 행정구역이 일치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이 두 개념은 별개이기 때문이다. LA Metropolitan(LA 광역권)은 면적에서 100마일 도시권역을 갖지만, LA City는 인구 약 400만이며, 광역권 전체를 포함하면 약 1800만이 살고 있다. 영국 런던도 마찬가지로 런던 광역권이 따로 있고 런던 도심의 행정서비스를 제공하는 시티오브런던(City of London)이 따로 있다. 뉴욕 대도시권은 뉴욕시뿐만 아니라 인근 뉴저지 도시까지 포함한 광역대도시 권역을 구성하고 있다. 그렇지만 서울처럼 인근 지역을 합병하여 광역행정권을 만들려는 시도는 거의 없었다.

그럼 왜 유독 한국에서는 서울 인근 지역을 서울로 편입하려고 시도하고, 이것을 당리당략으로 채택하고 있는가? 글쎄,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아마 서울로 편입되면 부동산 가치가 오르고, 서울 시민으로 뭔가 위상이 높아진다고 느끼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그리고 이 모든 요인의 핵심은 서울이 특별시로서 타 도시와는 다르다는 인식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렇다! 서울로 편입되면 보통시민에서 특별시민이 된다는 차별의식, 선민의식이 아직도 한국사회에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다.

서울에 살면 특별시민이고 인천, 김포에 살면 보통시민인가? 이런 반시대적 사고와 차별의식을 이제는 버리자. 그러기 위해서는 서울특별시라는 명칭도 이제 바꾸자. 지방시대라고 구호만 외치지 말고, 진정한 지방시대를 만들기 위해서 서울의 특권의식, 선민의식, 특별시라는 사고체제를 버리자는 말이다. 이 세상은 살아있는 사람들만의 공간이 아니다. 살아왔던 사람들, 살아가는 사람들, 살아갈 사람들, 모두의 공간이고 역사인 것이다. 한국에는 서울만 있는 게 아니라, 인천도 있고, 김포도 있고, 부천도 있고, 광명도 있고, 하남도 있다. 큰 것이 최고가 아니라, 작은 것이 아름답다는 원리를 진정으로 깨우쳐야 지속가능한 지방시대가 열릴 것이다.

▲ 김천권 인하대학교 명예교수.
▲ 김천권 인하대학교 명예교수

/김천권 인하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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