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일(현지시간) 이번 강진 피해가 집중된 곳 중 하나인 모로코 중부 아미즈미즈의 한 건물이 본래 모습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무너져 있다./사진=연합뉴스

지난 8일(현지시간) 120년 만의 강진으로 3천 명에 육박하는 사망자가 나온 북아프리카 모로코에서 나흘째 필사의 수색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정작 모로코 정부에서 국제사회의 지원을 거절해 논란이 일고 있다.

11일 미국 워싱턴포스트(WP)와 영국 BBC 방송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한밤중 규모 6.8의 강진 피해를 본 모로코에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미국 등 많은 국가가 지원 의사를 밝혔다.

G20 일부 국가뿐 아니라 쿠웨이트, 튀르키예, 이스라엘은 물론 2년 전 모로코와 국교 단절까지 했던 알제리까지 지원할 수 있다며 목소리를 냈다.

그러나 국제사회의 적극적인 지원 의사에도 모로코 정부는 단 4개국, 스페인·카타르·영국·아랍에미리트(UAE) 등의 지원만 승인했다.

지난 10일 모하메드 6세 국왕은 성명을 통해 자신의 우방인 스페인, 카타르, 영국, UAE의 원조 제안을 수락했다면서 필요에 따라 다른 우방국에 지원 요청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모로코가 이처럼 인도주의적·기술적 지원을 받는 것에 대해 주저하자 유엔은 모로코에 전문가를 파견해 "좀 더 많은 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상황을 개선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제사회가 내민 손을 거절한 모로코를 두고 특히 프랑스가 가장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라고 외신은 전했다.

WP는 프랑스는 1912년부터 1956년까지 모로코를 식민 지배했다는 점을 짚으며, 이러한 역사적 관계뿐만 아니라 이민과 기타 문제들로 양국 간 관계가 냉각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했다.

BBC는 모로코와 적대적인 관계인 알제리와 더 가까워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행보로 프랑스와 모로코의 관계가 경색됐다고 설명했다.

모로코와 알제리는 국경 문제 등으로 수십 년째 불편한 관계를 이어왔으며 알제리는 지난 2021년 적대 행위를 이유로 모로코와 국교를 단절했다.

이에 카트린 콜로나 프랑스 외교장관은 "해당 논란은 과장된 측면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직접 프랑스 현지 매체에 출연한 콜로나 장관은 "모로코는 프랑스의 도움을 거부하지 않았다"며 "모로코 현지에서 활동하는 프랑스와 국제 비영리 단체에 540만 달러를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독일에서는 기술 구호팀 50명이 모로코로 가기 위해 쾰른 본 공항에 모였지만 결국 파견되지 못한 채 집으로 돌아가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모로코가 재난을 스스로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국제사회가 내민 손을 잡는 데 주저하는 동안 정작 모로코 국민의 고통이 커지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긴 어려워 보인다.

모로코의 한 비평가인 마티 몬지브 작가는 BBC에 "국민보다 주권과 국가적 자존심을 고집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생각한다"며 "선진국들도 재난에는 외부의 도움을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모로코 내무부는 11일 오후 7시까지 이번 지진으로 2천862명이 숨지고 2천562명이 다친 것으로 잠정 집계했다.

부상자 중에서 중환자의 수가 많은 데다 실종자 구조·수색 작업이 계속 진행 중인 상황이라 희생자는 더 늘 것으로 보인다.

/노유진 기자 yes_ujin@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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