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물밀물

얼마 전 발생한 신림동 묻지마 흉기난동, 그리고 며칠 전에 발생한 분당 서현역 칼부림 사건을 보며, 어쩌다 우리 사회가 불특정 시민을 대상으로 흉포한 범죄가 빈번히 발생하는 도시가 되었는지 불안한 마음이다. 이런 사건들을 접하며 단순한 개인의 일탈에서 발생한 범죄인가 아니면 우리 도시의 구조적 결함에서 나온 문제인지 감이 오지 않는다.

인간이 도시를 만들지만, 인간이 만든 도시에 의해 인간이 영향을 받는다. 즉, 사람이 어떤 도시를 만드는가에 따라 사람의 삶이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 뉴욕의 역사를 논할 때, 맨해튼 한가운데 있는 센트럴파크 조성에 대한 이야기가 종종 언급된다. 뉴욕이 건설되던 1800년대 중반에 <뉴욕 이브닝포스트> 편집자(시인)였던 윌리엄 브라이언트(William C. Bryant)는 센트럴파크 조성을 강력히 옹호하며 “이곳에 공원이 없으면 앞으로 똑같은 크기의 정신병원을 만들게 될 것”이라고 언급하였다. 당시 뉴욕은 수많은 이민자가 몰려들어 식수는 오염되고, 많은 사람이 콜레라·말라리아 등 전염병에 시달렸던 시기였다. 이런 상황에서 뉴욕시는 이민자들의 건강을 향상하고, 사회병폐를 치료하며, 건전한 도시를 만들 목적으로 맨해튼 중심에 센트럴파크 건설을 추진하였다. 뉴욕 맨해튼은 영화 배트맨의 배경이 된 도시로 아마 센트럴파크가 없었다면 브라이언트가 언급한 것처럼 범죄에 찌든 고담 시티(Gotham City)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센트럴파크 이야기는 무엇을 시사하고 있는가? 도시를 어떻게 만드는가에 따라 활기 넘치는 도시가 될 수도 있고, 정신병자·범죄자를 양산하는 도시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국사회는 급속한 경제성장을 통해 선진국 대열에 들어섰다고 하는데, 우리 주변은 어떤 모습인가? 도시는 아파트로 둘러싸인 시멘트 숲으로 이웃 관계는 단절되어 공동체가 무너진 개인화된 도시, 자기 가족·자식만 금쪽이로 여기고 타인은 도외시하는 극단적 이기주의 도시, 자신들만의 공간을 위하여 울타리는 높이고 출입문을 설치한 자폐 도시를 연출하고 있다. 이런 도시를 보며 몸집은 커져 성인은 되었지만, 지적 수준은 아직 소아 수준에 머문 미성숙 도시가 우리의 현실이 아닌지 반성할 필요가 있다. 경제가 성장하고 소득이 높아졌다고 건강하고 안전한 도시가 되는 것은 아니며, 우리 사회가 한 단계 더 성숙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문제이고 도시를 어떻게 바꿔나가야 하는지를 함께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김천권 인하대 명예교수∙인천학회 고문.
▲ 김천권 인하대학교 명예교수

/김천권 인하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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