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속 시설·운영 오점…태풍에 8개 시·도 분산
'구원 투수' 인천시, 긴급회의 열고 전담팀 꾸려
시티투어·케이팝 콘서트·영화 상영 등 행사 진행
의료 지원·맞춤형 식단 제공…오만 대사 감사장
36개국 3245명 맞아 국제적 행사 안정적 마무리
'607대 365의 승리'. 올여름 한국을 너머 세계를 달군 여정의 시작이었다. 지난 2017년 8월,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린 제41차 세계스카우트총회에서 전북 새만금이 경쟁국인 폴란드 그단스크를 240여 표 차로 따돌리고 개최를 확정지었다.
여름철 열기만큼이나 뜨거운 열망으로 기다려온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지만 개최 이후 불운이 따르며 기대치 않은 각도로 방향을 틀었다. 기록적인 폭염 속에서 열악한 시설과 운영은 참가자들의 불쾌지수를 높였고 뒤이은 태풍 소식에 참가자들은 짐을 꾸려 전국 각지로 흩어졌다.
예기치 못하게 배턴을 넘겨받은 8개 시·도는 구원투수로서 지친 단원들의 기운을 북돋기 시작했다. 인천시는 유정복 시장 주재로 긴급회의를 열고 전담팀(TF)을 꾸리는 등 발빠른 행보로 다양한 국가의 단원들을 맞이해 돌봤다.
유 시장은 “갑작스러운 일정 변경으로 어려움이 있지만 대원들이 새로운 추억을 만들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며 “대한민국의 발전은 물론 글로벌 도시 인천을 세계에 알려 좋은 이미지를 가지고 고국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좋은 프로그램과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 달라”고 당부했다.
숨 가쁜 상황에서도 국제행사 경험을 갖춘 도시와 시 모든 직원, 대학 등 유관기관, 시민들의 협업은 빛났다. 다채로운 문화체험과 몸과 마음 모두를 책임지는 의료·안전 지원은 인천에 여장을 풀었던 잔류 대원이 떠나는 순간까지 이어졌다. 그렇게 36개국 3245명은 인천에서 비로소 잼버리의 마침표를 찍었다.
▲시티투어, 케이팝 콘서트…인천 색 담은 문화체험 빛났다
시는 인천을 찾은 잼버리 참가자들을 위해 지역을 알릴 프로그램을 꾸렸다. 앞서 7일 오전에는 새만금에서 조기 퇴영해 인천에 오는 일부 참가국 스카우트 지원을 위한 TF 구성과 문화·관광·체험행사 등 지원 방안 마련을 위한 긴급회의를 개최했다.
지역 곳곳을 둘러볼 수 있는 시티투어, 야간관광투어부터 부평 지하도상가와 수도권매립지, 인천상륙작전 기념관 등에 대한 견학 등 여러 체험 기회가 잇따랐다.
특히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미래산업을 체험해볼 산업탐방 프로그램을 기획, 인천 바이오산업 탐방을 통해 지역의 성장 잠재력과 글로벌 도시로서의 면모를 세계 각지에서 온 320여명의 잼버리 대원에게 알렸다.
또 지난 10일에는 연세대 송도캠퍼스와 인근에 입소한 잼버리 대원 1400명을 대상으로 '케이(K)-컬처'를 몸소 느낄 수 있는 케이팝 콘서트를 개최했다. 이를 통해 각국에서 방문한 청소년들에게 생생한 케이팝 문화 현지 체험 기회를 제공했다.
태풍 카눈이 수도권을 지난 때에도 문화체험은 멈추지 않았다. 이른바 '찾아가는 영화관' 프로그램을 통해 잼버리 대원들에게 영화 '인천상륙작전'을 상영, 한국의 과거와 현재를 이해하고 스카우트 정신과 국제평화우호 의미를 상기할 기회를 제공했다. 또 매직쇼, 풍선아트 등 체험형 실내 프로그램을 통해 대원 간 친목을 도모할 수 있는 시간도 마련했다.
이외에도 각 숙소에서 별도 문화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한편, 시는 2023 세계큐브대회와 월드로봇 올림피아드 등 인천에서 열리는 주요 행사의 무료관람 기회를 제공해 흥미로운 볼거리를 선사했다.
▲음식부터 교통, 의료까지 안전하게…“유종의 미”
대응 과정에서 시의 최우선 고려 사항은 '안전'이었다. 폭염 등으로 지쳐있는 대원들이 건강을 회복하고 고국으로 돌아가기 전까지 안전히 머물 수 있도록 하는 게 공동의 목표였다.
사전에 계획된 행사가 아닌 만큼 숙식 제공이나 차량 이동 등에 난관이 있었으나 신속한 대처는 연신 빛났다. 인천으로 이동했을 때 불안 증세, 심한 경계심을 보인 대원들도 의료와 프로그램 지원에 안정을 되찾았다.
시는 참가자들의 영양가 높은 식사를 위해 단체급식소 영양사, 도시락 제조업소 관계자 등과 협력해 학생이 선호하는 다채로운 메뉴로 구성된 급식을 제공했다. 식음료 안전관리 상황실을 24시간 운영해 매 식사 시 식중독 신속검사 등을 진행하고 사전검식반을 운영하는 등 안전 관리에 힘썼다.
특히 맞춤형 식사를 위해 할랄, 비건 등 다양한 식단으로 1일 3식을 제공, 오만 대사가 감사장을 전달해 할랄식 제공에 대한 감사를 표현하기도 했다.
또 참가자들의 건강과 안전을 고려해 24시간 비상진료체계를 운영하고 의료 지원 범위를 확대했다.
현장 진료소 12개소를 설치하고 270여건을 지원했으며 기저질환자, 코로나19 환자 등 여행사보험 제외사항 지원을 위해 인천의료원 등 전담 의료기관을 지정해 운영했다. 응급환자 발생 시에는 병원 수송과 진료 후 숙소 복귀까지 직원이 동행했으며 대규모 인원이 모인 숙소를 중심으로 의사협회 파견 의료진이 심야진료를 지원했다.
통역 인원이 배치된 가운데 찾아가는 마음안심버스가 숙소를 이동하며 스트레스 측정, 심리 상담 등을 지원, 마음 건강도 챙겼다.
교통 또한 빼놓을 수 없다. 시는 잼버리 참가자들이 관내 대중교통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지난 12일까지 국토부에서 70여대의 버스를 지원했고 퇴소 이후 잔류 대원을 위해서 시가 13∼14일 이틀간 17대의 지원 차량을 마련해 제공했다.
지난 11일 서울 상암경기장에서 열린 케이팝 공연에 1400여대의 차량이 몰리며 안전에 대한 긴장감이 높아졌지만 시 각 부서와 현장 인솔자의 대처로 인천에서 출발한 모든 대원이 안전하게 귀가했다.
이러한 지원 속에서 14일 오후 케냐 대원 11명의 퇴소를 끝으로 인천 방문 참가자들의 모든 여정은 마무리됐다. 위기에 처했던 국제 행사를 안정적으로 마무리함으로써 시가 2025 APEC 유치 당위성 또한 입증하고 세계초일류도시에 한 발짝 더 다가섰다는 평가다.
유 시장은 “참가자들이 한국에 대한 좋은 인상, 인천에 대한 좋은 기억을 가지고 돌아가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정혜리 기자 hye@incheonilbo.com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SNS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