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와이 마우이섬 산불 피해 현장./사진=하와이 토지·자연자원부(Hawaii Department of Land and Natural Resources), AP, 연합뉴스

"63년 만에 최악의 자연재해"로 불리는 하와이 마우이섬의 산불이 닷새째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그 규모를 더 키우면서 장기화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12일(현지시간) 미 CNN방송에 따르면 마우이에서 소방관들과 동행해 화재 현장을 촬영한전문 사진작가 대니얼 설리번은 "나무뿌리들이 땅속에서 불타고 있다"고 말했다.

설리번은 "현재 토양 온도가 화씨 180∼200도, 섭씨로는 약 82∼93도까지 올랐다"며 "(지상에선) 불이 없어졌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땅속에선 나무뿌리가 타고 있어 어디서든 불이 튀어 오를 수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 8일부터 24시간 내내 소방관들은 일하며 불과 사투를 벌이고 있으며 다수가 잠도 제대로 자지 못했다"며 "다행히 며칠 동안 바람이 잔잔해져 불을 잡는 데 도움이 됐지만, 워낙 큰 산불이어서 여전히 진압에 어려움이 크다"고 전했다.

이번 화재는 발생 첫날인 8일 하와이 근처를 지나간 허리케인 '도라'의 영향으로 최고 시속 129㎞의 돌풍이 불면서 산불이 삽시간에 라하이나 마을 등을 덮쳤고, 화재 지역이 3곳으로 확대됐다.

진화 당국은 전날 오후 3시 기준 라하이나 지역은 85%, 중부 해안인 풀레후·키헤이 지역은 80%, 중부 내륙인 업컨트리 지역은 50% 진압된 상황이라고 밝혔다.

하루 전보다는 다소 진전된 상황이지만, 여전히 속도가 더딘 편인 데다 불길이 다시 확산할 위험도 여전해 주민들의 불안이 잦아들지 않고 있다.

당국에 따르면 전날 오후 6시 10분쯤 라하이나에서 북쪽으로 약 7㎞ 떨어진 카아나팔리에서 또 다른 화재가 발생해 약 2시간 20분 만인 오후 8시 30분쯤 진압된 바 있다.

이 화재는 당국이 주민들에게 휘발유(약 1만1천L)와 경유(약 1천900L)를 배급하던 지역에서 발생해 약 400대의 차량에서 대기하던 사람들과 인근 거주 주민들이 황급히 대피했다.

전날 기준 주요 피해 지역인 라하이나에서 불에 탄 면적은 총 8.78㎢로, 이는 여의도 면적(2.9㎢)의 약 3배에 달하는 규모다.

전날 집계·발표된 사망자 수는 80명이다.

이번 화재는 1960년 하와이섬 힐로에서 쓰나미로 61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이래 63년 만에 하와이주 최악의 자연재해가 됐다.

실종자가 1천 명이 넘는다는 보도가 나온 바 있지만, 마우이 경찰서장 존 펠레티어는 기자회견에서 해당 숫자를 언급하며 "솔직히 우리는 모른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통신 문제로 연락이 안 되는 사람들이 있고, 우리가 파악하는 범위 밖에 있는 사람들도 있기 때문에 우리가 기본적인 것들을 알기 전까지는 그 숫자를 말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당국이 산불 대응 과정에서 경보 사이렌을 울리지 않은 것으로 확인돼 거센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앞서 하와이 재난관리청이 지난 8일 산불 발생 당시 경보 사이렌 작동 기록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힌 데 이어 재난관리청 대변인 역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런 사실을 재확인했다.

하와이주 정부나 카운티의 누구도 사이렌을 작동시키려고 시도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하와이주는 쓰나미 등 갑작스러운 자연재해에 대비해 마우이섬 내 80개를 포함해 주 전역에 약 400개의 옥외 사이렌 경보기를 갖추고 있지만, 이번 화재 당시 사이렌이 전혀 울리지 않았다.

이를 두고 뉴욕타임스(NYT)는 하와이가 0.5마일(800m) 이상 떨어진 곳에서도 들을 수 있는, 세계 최대 규모의 경보 시스템을 갖추고 있었음에도 실제 응급 상황에서는 활용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번 화재로 집과 일하던 식당을 잃은 라하이나 한 주민 "휴대전화기에 강풍과 화재 가능성에 대한 경고가 뜨긴 했지만, 휴대폰이 진동하고 시끄러운 소리를 내는 경보 같은 것은 전혀 받지 못했다"며 "사이렌 소리도 없었다"고 전하기도 했다.

다른 주민 역시 "휴대폰에 긴급 경보가 뜨긴 했지만, 대피 통지는 아니었다"며 사람들이 상공의 "거대한 검은 연기"를 보고서야 위험을 느끼고 도망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이에 앤 로페즈 하와이주 법무장관실은 성명을 통해 마우이섬 산불 전후의 주요 의사결정과 대응 과정을 규명하기 위해 종합적인 조사를 벌이겠다고 밝혔다.

/노유진 기자 yes_ujin@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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