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인천 독서대전」을 완벽하게 즐기는 방법
우리동네 '서점', 확인하셨나요?…「우리동네 미리대전」
▲ 「2023 인천 독서대전」 포스터./사진=인천시청 홈페이지 캡처

오는 9월 22일부터 24일까지 인천시는 '책'이라는 무한한 세계로의 환대에 나선다.

인천시에 따르면 다음 달 22일(금)부터 24일(일)까지 3일간 인천 중구 자유공원, 인천시민애집, 제물포구락부 일대에서 '책으로 토닥토닥 잘했고, 잘하고 있고, 잘할 거야' 라는 주제로 「2023 인천 독서대전」을 개최한다.

다양하고 흥미로운 독서 관련 문화 행사가 시민 참여형으로 기획되는 만큼 책과 이야기가 가진 힘을 오롯이 느낄 수 있는 시간이 될 전망이다.

이에 앞서 인천시는 관내 10개 지역 서점에서 「우리동네 미리대전」을 진행, 휴가 시즌 맞아 시민들이 가까운 곳에서 이번 독서대전을 미리 엿볼 수 있도록 특별한 시간을 마련했다.

▲ 시집 《여름 외투》(김은지,문학동네,2023) 표지./출처=문학동네
▲ 시집 《여름 외투》(김은지,문학동네,2023) 표지./출처=문학동네

 

"너는 무슨 생각을 할까…너는 이 계절을 어떻게 보낼까"

9일 인천 중구에 있는 동인천 대표 독립서점이자 한국문학 전문서점인 문학소매점에선 인천 출신 손유미 시인과 함께 《여름 외투》(김은지, 문학동네,2023)를 낭독하고 이야기해보는 시간이 마련됐다.

태풍이 한반도를 향해 북상하고 있다는 기사로 온종일 분주했던 한여름 늦은 오후, 참가자들이 각자의 목소리로 읊는 《여름 외투》 속 문장들은 책방의 다감한 배경음이 돼 처음 만난 서로의 일상에 어렵지 않게 가닿을 수 있도록 만들었다.

문학소매점 정웅 대표와 진행을 맡은 손유미 시인은 자신들이 살아가는 곳이자 사랑하는 공간인 인천에서 좋아하는 문학, 특히 시에 대해 마음껏 이야기하고 싶어서 이번 프로그램을 기획하게 됐다고 밝혔다.

다양한 연령대로 구성됐던 이번 프로그램 참가자들은 참여 이유 역시 다채로웠다.

경기도 화성시에서 온 참가자는 "《여름 외투》를 올해 초여름에 읽었는데 너무 좋았다"며 "이 좋음을 혼자가 아니라 다른 이들과 함께 나눌 수 있다는 좋은 기회여서 멀어도 올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전공이 경제학이다 보니 고등학생 때 좋아했던 문학과 거리가 멀어진 것 같아 방학이라 다시 용기 내 봤다"는 대학생 자녀와 함께 모임에 온 참가자는 "독서 모임에서 시를 주제로 하는 게 신선해서 오게 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 9일 인천 중구에 있는 동인천 대표 한국문학 전문서점인 문학소매점에서 「우리동네 미리대전」이 진행됐다.

참가자들은 나란히 넘기는 페이지 수가 늘어날수록 혼자 읽었을 땐 놓쳤던 시인의 보물 같은 표현을 찾아내게 되었다.

이에 숨은그림찾기 속 정답이라도 발견한 듯 반가워하며 즐기는 모습에 한국의 독서 인구가 갈수록 줄고 있다는, 한국인들의 문해력이 위기를 맞았다는 미디어 속 현실이 사뭇 멀게만 느껴졌다.

손 시인은 "이번 프로그램에서 언어에 밝은 김은지 시인의 시를 함께 나누며 일상도 시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우리가 문자 메시지를 보낼 때 단어 하나도 고심하고 골라 쓰는 것처럼 시를 쓰는 것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오늘 재미가 없는 시집이 내일도 재미없을 거란 생각은 말라"는 손 시인의 마무리 인사가 이어지고 난 뒤 시집 제목에 자석처럼 이끌려 온 참가자도, 시의 화자가 편지를 쓰는 것을 보고 갑자기 문득 편지를 써보았다는 참가자도 다음 읽을 시를 향해 서슴없이 손을 뻗었다.

이번 프로그램을 진행한 손유미 시인에게 소감을 묻자 "제가 좋아하는 '시'를 모두 멋지게 즐겨주셔서 감사했고 앞으로도 시는 '물지 않으니' 겁먹지 마시고, 어렵게 생각 마시고, 편히 읽어주시길 바란다"고 웃어 보였다.

문학소매점 정웅 대표는 "그간 문학 전문 서점으로서 부족했던 문학적 감수성을 가득 채울 수 있는 시간이었다"며 "혼자선 평범하게 느껴졌던 시들이 함께 읽으니 특별해졌다"고 말했다.

이들에게 2023 인천 독서대전의 주제인, 책과 마음, 그리고 토닥토닥을 엮어 "스스로 마음을 토닥이고 싶을 때 읽는 책"을 추천받아봤다.

 

"박솔뫼 소설가님의 작품을 추천해 드립니다.

그 중 《믿음의 개는 시간을 저버리지 않으며》(박솔뫼, 스위밍꿀,2022)가 떠오르는데요.

박 작가님의 소설을 읽으면 다양하고 폭넓은 주제에 써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힐 때

내가 좋아하는 것을 계속, 그리고 많이 써도 된다는 용기를 얻게 돼서 참 좋습니다."

-손유미 시인

"제가 심란할 때마다 많이 뒤적거리는 책은

《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은희경, 문학동네, 1998)입니다.

20대 땐 책 속 화자의 모습을 동경해서 자주 읽었다면 이젠 그 모습이 짠하게 와 닿아 위로받고자 읽는 것 같아요.

문장들이 과거의 제 모습 같기도 하고, 나이를 먹은 제 모습 같기도 해서 자꾸 뒤적이게 되는 것 같습니다."

-문학소매점 정웅 대표

앞으로 문학소매점에서는 「우리동네 미리대전」 관련 행사가 두 차례 예정돼 있다.

오는 23일(수)엔 선우은실 평론가와 함께 읽는 인천 소설집, 《고양이는 사라지지 않는다》(정선임, 다산책방,2022) 시간이 마련되어 있고, 다음 달 6일엔 선우은실 평론가가 진행하고 저자가 직접 낭독하는 《탕의 영혼들》(손유미, 창비, 2023) 낭독회가 준비돼 있다.

자세한 내용은 문학소매점 공식 인스타그램(@munhaksomae)에서 확인할 수 있다.

「2023 인천 독서대전」이 열릴 가을은 아직 요원한 지금 여름, 인천 내 서점에서 잠시 머물렀다 가는 건 어떨까.

▲ 인천시 중구에 소재한 문학소매점에서 진행되는 2023 「우리동네 미리대전」 행사 관련 포스터./사진=문학소매점 인스타그램(@munhaksomae) 캡처

/노유진 기자 yes_ujin@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