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동주 생가 앞 표석(위)과 윤동주 생가 전경./사진=연합뉴스

중국이 뤼순 감옥 박물관 내 안중근 전시실에 이어 국적 표기 논란이 일었던 일제 강점기 시인 윤동주(1917~1945)의 생가도 폐쇄해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4일 중국 선양 주재 한국총영사관과 현지 교민들에 따르면 지린성 옌볜조선족자치주 룽징(龍井)에 있는 윤동주 생가가 지난달 10일쯤부터 폐쇄된 상태로, 현지 당국은 내부 수리를 이유로 밝힐 뿐 구체적인 사유나 재개방 시점에 대해선 입을 열지 않았다.

최희덕 선양총영사는 지난 6월 28일 옌볜주를 방문, 당시 후자푸 당 서기와 훙칭 주장을 만나고, 29일 윤동주 생가를 방문한 바 있다.

최 총영사가 윤동주 생가를 방문한 직후 폐쇄된 것인데, 이를 두고 한국과 중국의 관계 악화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과 함께 여름 휴가철을 맞아 윤동주 생가를 방문하는 한국 관광객들이 늘어남에 따라 윤동주의 국적 표기를 둘러싼 논쟁이 다시 불거지는 것을 막기 위한 조처라는 해석도 나온다.

중국 당국은 2012년 룽징의 명동 마을에 있는 윤동주 생가를 복원하면서 입구에 '중국 조선족 애국시인'이라고 적힌 비석을 세워 논란을 일으켰다.

▲ 윤동주를 '중국 조선족 애국시인'으로 소개한 바이두./사진=바이두 백과사전 캡처, 연합뉴스

중국 포털 바이두 백과사전도 윤동주의 국적을 '중국'으로 해놓은데다 '조선족'으로 표기해놓았다.

지난 2021년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가 이를 문제 삼아 항의하고, 한국 정부도 중국에 시정을 요구한 바 있으나 여전히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앞서 랴오닝성 다롄의 '뤼순일아감옥구지(旅順日俄監獄舊址) 박물관' 내 안중근 의사 전시실로 불리는 '국제 전사 전시실'도 보수 공사를 이유로 두 달 이상 폐쇄됐다.

▲ 뤼순 감옥 박물관 내 안중근 전시실./사진=연합뉴스

2009년 당시 국가보훈처(현 국가보훈부) 등이 중국 당국의 허가를 받아 설치한 이 전시실은 안 의사 흉상과 옥중 글씨, 단재 신채호·우당 이회영 선생 등 뤼순감옥에 수감됐다 순국한 독립운동가 11명의 활약상을 알리는 사료를 갖추고 있다.

이 전시실 폐쇄 시점이 지난 4월 말 윤석열 대통령이 "대만해협의 일방적인 현상 변경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힌 뒤 중국의 거센 반발을 샀던 시기와 겹친다는 점에서 삐걱거리는 한중 관계의 영향 탓이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다만 혜이룽장성 하얼빈의 안중근 기념관은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외교부는 6일 "유관기관과 협업해 중국 내 보훈사적지 관련 동향을 점검하고 중국 측과 협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외교부 측은 중국 지린성 옌볜조선족자치주 룽징(龍井)에 있는 윤동주 생가가 최근 폐쇄된 것에 대해 "중국 측은 현재 윤동주 생가가 보수 공사로 인해 미개방된 상태임을 확인해줬다"며 이같이 말했다.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은 역시 중국이 안중근 의사 전시실과 윤동주 시인의 생가를 폐쇄한 데 대해 자신의 SNS를 통해 "아무리 이웃 관계가 서운하다 하더라도 지켜야 할 금도는 있는 법"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박 장관은 "덩샤오핑 이래 모든 중국 지도자가 강조한 것은 다름은 인정하고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는 구동존이(求同存異)였다"며 "지금의 중국을 보면 '다름을 내세우고, 같음은 차버린다'는 구이거동(求異去同), 즉 속 좁은 소인배나 갈 법한 길을 가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까울 따름"이라며 덧붙였다.

/노유진 기자 yes_ujin@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