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일 동부 브란덴부르크주 부르크 시./사진=AP, 연합뉴스

최근 독일 내에서 극우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최고 지지율 22%까지 오르는 등 그들이 급격히 두각을 드러내고 있는 가운데 학교 내 부당한 학생들의 극우주의적 행동을 신고한 교사들이 오히려 전출당할 처지가 됐다는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달 29일(현지시간) AP·AFP통신과 독일 도이체벨레(DW)에 따르면 독일 동부 브란덴부르크주의 도시 부르크의 한 고등학교에서 교사 두 명이 지역신문에 최근 학생들이 나치를 추앙하는 듯한 행동을 하는 것을 비판하는 공개서한을 썼다가 학생과 학부모뿐만 아니라 주민들에게까지 괴롭힘 대상이 됐다.

해당 교사인 라우라 니켈과 막스 테스케에 따르면 이 학교의 학생들은 '나치식' 경례로 서로 인사하고, 나치를 상징하는 만자 무늬를 책상·사전 등에 아무렇지 않게 새겼다고 한다.

또, 복도에 인종 차별적인 가사가 담긴 음악을 틀어놓는 등의 행위를 저질렀다.

이에 두 교사는 학생들에 대한 상담과 함께 나치에 대해 교육을 하고 흑인 래퍼를 초청해 상호 존중을 가르치는 특별수업도 진행했으나 아무 소용이 없었다.

무력감을 느낀 이들은 지난 4월 익명으로 지역 신문에 서한을 보내 이 같은 학교 내 상황을 고발하기에 이르게 된 것이다.

특히 이들은 "극우 학생들과 공개적으로 싸우는 교사와 학생들은 안전이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서한에 호소했다.

그런데 이 서한이 공개되자 두 교사는 위협을 받기 시작했다.

분명 서한은 익명이었음에도 두 사람의 사진과 함께 속어로 '베를린으로 가라'라는 말이 쓰인 스티커가 학교 근처 가로등 곳곳에 붙었고, 소셜미디어에서는 "이들을 찾아내자"라는 글이 올라오기 시작했다고 한다.

더불어 학교엔 익명의 학부모들이 이들의 해임을 요구했고, 학교장과 지역 교육 당국은 별다른 대응에 나서지 않은 데다 동료 교사들도 침묵했다고 한다.

위협의 강도가 점점 심해지자 결국 교사들은 경찰에 신고했고, 두 교사는 결국 전출을 신청했다.

취재진을 만난 해당 교사는 "극우 극단주의자 발언과 행동, 구호, 동성애 혐오, 성차별은 이 학교의 일상이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이 사건이 공개된 후 독일 동부의 다른 학교에서도 비슷한 사건들이 보고되기 시작했다.

독일 내 우경화 현상은 과거 동독 지역이었던 독일 동부에서 두드러지고 있는데, 이 지역은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인기를 끌고 있는 지역이기도 하다.

가입자가 3만여 명에 달하는 AfD는 2013년 반 유럽연합(EU)을 기치로 내걸고 창당한 극우성향 정당으로, 반난민과 반이슬람을 내세워 2017년 총선에서 처음으로 연방하원에 진출한 바 있다.

지난달에는 독일 튀링엔주 존넨베르크시에서 AfD 후보가 기초지자체장으로 뽑히기도 했다.

외신과 전문가들은 독일 동부에서 AfD가 인기를 끄는 것에 대해 과거 동독에 속했던 이 지역이 통일 이후 경제적으로 침체해 실업률도 높아 주민들은 서독이었던 서쪽 지역보다 '2등 시민' 대우를 받는다고 느끼고 있기 때문이라고 해석한다.

특히, 독일 동부의 경우 서부보다 역사적으로 민주주의 뿌리가 깊지 않아 주민 일부에서 동독의 권위주의적 통치 방식을 그리워할 수 있음을 지적했다.

/노유진 기자 yes_ujin@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