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트레가상 시상식 참석한 산줄리아노 장관./사진=이탈리아 일간지 '라 레푸블리카' 트위터 캡처

자국 내 최고 권위 문학상인 스트레가상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이탈리아 문화부 장관이 최종 후보에 오른 책을 읽지 않았다고 직접 발언해 논란이다.

지난 6일 밤(현지시간) 수도 로마에서 이탈리아 공영방송 라이(Rai) 3의 생중계로 진행된 스트레가상 시상식에서 젠나로 산줄리아노 문화부 장관은 "오늘 저녁 최종 후보작에 오른 책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모두 여러분을 사로잡고 생각하게 하는 이야기"라며 "저도 읽어보겠다"고 말했다.

여기서 문제는 산줄리아노 장관이 심사위원단의 일원으로 스트레가상 최종 후보작에 대해 이미 투표권을 행사했다는 점이다.

장관 발언 이후 실시간으로 장내 어색한 침묵이 그대로 송출된 뒤 당황한 사회자가 당신은 읽지 않은 거냐고 묻자 그제야 자신의 발언이 잘못됐다는 것을 깨달은 산줄리아노 장관은 애써 수습에 나섰다.

그는 최종 후보에 오른 책들을 물론 읽었다고 주장한 뒤 자신이 말하고자 한 것은 "이 책들을 파고들고 싶다는 뜻이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같은 해명에도 장내를 뒤덮은 당혹감은 사라지지 않았고, 이탈리아 야당 역시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전 이탈리아 총리이자 중도좌파 성향 정당 '비바 이탈리아' 대표인 마테오 렌치 상원의원은 트위터를 통해 "산줄리아노 장관이 왜 18세 청년에게 주던 문화 바우처를 없앴는지 이해했다"고 비꼬기도 했다.

이탈리아 정부는 렌치 총리 집권기인 2016년부터 만 18살이 된 청년들에게 모두 500유로(약 63만 원)에 달하는 문화 바우처를 지급했었다.

청년들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바우처를 내려받아 극장과 박물관 입장은 물론 전시나 공연 관람, 도서 구매 등에 이 돈을 쓸 수 있었다.

그러나 지난해 9월 총선을 통해 조르자 멜로니 총리가 이끄는 우파 정권이 집권한 뒤 이 바우처 제도는 폐지됐다.

렌치 상원의원은 "장관님, 18세 청년에게 문화 바우처를 돌려달라"라며 "독서가 인생에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올해 스트레가상은 지난 4월 별세한 아다 다다모의 유작 '코메 다리아(Come d'aria)'에 돌아갔다.

/노유진 기자 yes_ujin@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