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형마트 매대 자료화면./사진=연합뉴스

'목구멍이 포도청'이라는 말이 유독 실감 나는 때라는 말이 과언이 아닌 게 맞았다.

한국인이 즐겨 찾는 라면의 올해 1분기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전체 가구 소득 증가율과 비교해보니 3배가 훌쩍 넘었다.

일상 속 소소한 행복인 빵, 과자, 아이스크림 등도 3∼4배 수준이다.

26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체 가구의 처분가능소득은 399만1천 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3.4% 늘었다.

처분가능소득이란 전체 소득에서 세금과 연금, 사회보험 등을 뺀 것으로 개인이 소비나 저축에 자유롭게 쓸 수 있는 돈을 의미한다.

그런데 올해 1분기 먹거리 물가 상승 폭은 이 처분가능소득 증가율보다 훨씬 컸다.

대표 먹거리 물가 품목인 가공식품과 외식의 물가 상승률은 9.9%와 7.5%로, 처분가능소득 증가율의 2.9배, 2.2배였다.

가공식품의 경우 주요 세부 품목 73개 가운데 물가 상승률이 처분가능소득 증가율을 웃도는 품목이 64개, 87.7%에 달했다.

이 중 치즈(32.8%), 드레싱(29.1%), 식용유(28.8%) 등 8개 품목은 물가 상승률이 20%가 넘었다.

또 일반 국민이 일상에서 자주 찾는 빵(14.3%)과 스낵 과자(13.1%), 라면(12.4%), 아이스크림(11.8%), 파이(11.0%) 등도 10%가 넘었다.

라면의 경우 올해 1분기 물가 상승률이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 4분기(14.7%) 이후 15년 만에 가장 높았고, 아이스크림도 2009년 2분기(14.5%) 이후 최고치다.

빵은 지난해 4분기 15.3%로 2008년 4분기(17.8%) 이후 정점을 찍었다가 올해 1분기 소폭 하락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치다.

스낵 과자도 지난해 4분기 14.1%로 2008년 4분기(18.2%) 이후 최고였다가 올해 1분기 소폭 내려왔지만 역시 고공행진 중이다.

장바구니 물가도 부담이지만 외식을 즐기기에는 더 어려운 상황이다.

올해 1분기 외식 세부 품목 39개 중 단 2개를 제외한 37개(94.9%)의 물가 상승률이 처분가능소득 증가율을 상회했다.

음식점 등에서 마시는 소주(외식)의 물가 상승률이 10.7%에 달해 처분가능소득 증가율의 3.1배, 맥주(외식)도 10.2%로 3배를 기록해 직장인들 사이에선 퇴근 후 사람 만나는 게 무서울 지경이라는 말까지 나오게 됐다.

피자(10.5%)와 라면(외식)(10.4%), 김밥(10.4%), 떡볶이(10.0%), 돈가스(10.0%) 등 평소 시민들이 자주 즐기는 외식 품목도 10%가 넘었다.

소득 증가 폭이 작은 저소득층의 경우 먹거리 부담은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소득 하위 20%(1분위)의 1분기 처분가능소득은 85만8천 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1.3% 증가하는 데 그쳤기 때문이다.

그 결과 같은 기간 가공식품과 외식 물가 상승률은 1분위 처분가능소득 증가율의 7.6배, 5.8배였다.

반면 소득 상위 20%(5분위)는 처분가능소득 증가율이 4.7%로 가공식품과 외식 물가 상승률이 처분가능소득 증가율의 각각 2.1배, 1.6배에 그쳤다.

최근 정부에서 라면 가격 인하 권고가 나온 데다 소비자 단체들이 국제 곡물 가격 하락세를 반영해 라면은 물론 과자, 빵, 아이스크림 등의 가격도 인하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는 만큼 식품 업계의 반응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노유진 기자 yes_ujin@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