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로봇…세상이 바뀐다

아이작 아시모프 '놀라운 상상'
9가지 단편에 로봇 이야기 담아
당신을 위한 책 한 권
▲ 아이작 아시모프, 김옥수 옮김·오동 그림, 378쪽, 우리교육, 1만3000원. 

아이작 아시모프는 천재임이 분명하다.

성찰할 수 없는 인간의 한계를 로봇이란 영역으로 확대한 그의 상상력은 놀랍기보다 경이롭다.

처음 접한 볼테스V와 라이터군단으로 시작해 건담 시리즈와 마크로스. 그리고 공각기동대와 에반게리온을 보며 단순한 로봇 패싸움 영역을 넘어 로봇과 인간의 관계, 인간의 탐욕이 빚은 로봇의 폭주 등으로 걱정이 많았다. 머리가 굵어지며 사람 냄새나는 과거와 현실로 돌아왔지만, 여전히 가장 좋아하는 로봇 캐릭터는 스타워즈의 R2-D2이다.

차에 탄 남자와 소녀가 물에 빠졌다. 그 옆을 지나던 인간형 로봇이 망설임 없이 물에 뛰어든다. 남자는 로봇에게 소녀부터 구할 것을 명령하지만, 로봇은 남자를 건져낸다. 순간 로봇은 남자가 소녀보다 살 확률이 높다는 것을 계산했다. 하지만 소녀를 구하지 못했다는 남자의 자책은 로봇에 대한 불신과 분노로 폭주한다.

아이작 아시모프의 책 <아이, 로봇>에서 답을 찾았다.

책을 펼치기 전 '로봇공학의 3원칙'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제1원칙은 “로봇은 인간에게 해를 입혀서는 안 된다. 그리고 위험에 처한 인간을 모른 척해서도 안 된다”이고, 제2원칙은 “제1원칙에 위배되지 않는 한, 로봇은 인간의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이다. 제3원칙은 “제1원칙과 제2원칙에 위배되지 않는 한, 로봇은 로봇 자신을 지켜야 한다”로 정리된다.

아이작 아시모프가 80년 전 세운 이 명제를 기초해 이후 로봇 관련 책이나 영화는 이를 준용했다. “로봇공학 3원칙을 탑재한 로봇이 자아성찰로 이를 극복하고, 탐욕한 인간에 맞선다”, 대부분의 로봇 관련 창조물은 이 내용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아이, 로봇>은 다양한 로봇의 이야기로 구성된다.

이 책은 신문기자인 화자가 수잔 캘린 박사를 인터뷰하며 여러 로봇에 대한 에피소드를 듣는 형식으로 구성된다. 9가지 단편에는 로비, 스피디, 큐티, 데이브, 허비, 네스터 10호, 브레인, 바이어리 등의 로봇이 나온다.

1982년에 태어난 로봇 심리학자 수잔 박사는 50년간 로봇 개발을 통한 인류의 비약하는 진화 과정을 지켜보며 “로봇은 우리보다 훨씬 깨끗하고 우수한 종족”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여기에 아이작 아시모프는 로봇이 대체하는 노동세상과 로봇으로 안전해진 작업 환경, 무한 반복의 단조로움에서 벗어나게 해준 로봇과 경쟁하는 인간의 모습을 수잔 박사의 입을 통해 전했다.

수잔 박사는 “인간과 좀 더 비슷한 로봇이 나오면서 반대 운동이 시작되었어요. 노동조합은 일자리를 놓고 로봇과 경쟁하는 걸 당연히 반대하고, 이런저런 종교 집단들은 미신적인 이유를 들먹이며 반대했지요. 어리석고 생각할 가치도 없는 주장이었지만, 분명 그런 시대가 있었어요”라고 말한다.

<아이, 로봇>은 헤어질 수 없는 소녀와 로비의 감동 스토리로 시작한다. 사유하는 로봇과 사람의 마음을 읽어낸다는 글에서는 로봇이 경고하는 끔찍한 미래를 엿볼 수 있고, 자존심이란 자아를 로봇이 인식해 인간보다 더 뛰어난 존재로 자신을 받아들일 경우 발생하게 될 가정법 앞에 진땀을 흘렸다. 인간에게 탄생한 로봇. 다시 로봇에 의해 뒤바뀔 인간 세상. 미래를 알 수 없기에 더욱 기다려진다. 그러기 위해 로봇의 존재를 더욱 고민해야 한다. 그렇게 '글 쓰는 기계'라 불린 아이작 아시모프. 1992년 '외계인 아시모프가 고향 별로 돌아갔다'.

/이주영 기자 leejy96@incheonilbo.com



관련기사
[당신을 위한 책 한 권] 베르베르씨, 오늘은 뭘 쓰세요? <베르베르씨, 오늘은 뭘 쓰세요?>를 읽으며 머릿속 어딘가에 방치해뒀던 상념, 잡념 등을 다시금 끄집어냈다.베스트셀러 작가 베르베르는 어느새 원로 작가가 됐다.이 책은 타로카드 아르카나(Major Arcana) 22장을 통해 베르베르의 삶을 관통하는 자서전으로, 숫자 혹은 22의 '바보'로 시작해 21번째 '세계'로 끝난다.5살 아버지가 들려주던 그리스신화와 세상 여러 나라의 이야기, 어머니가 손에 쥐여준 크레파스는 베르베르를 책 세상으로 이끈다.신문기자 출신 베르베르. 이 경험은 퍽 고약하다. 정규직이 [당신을 위한 책 한 권] 공정하다는 착각 태어나면서부터 ‘패배주의자’다. 그렇기에 “우리 사회는 만인에게 똑같은 기회를 주고, 이를 차분히 밟고 올라서면 ‘성공’할 수 있다”라고 세상은 주입한다. 그런데 유치원 혹은 초등학교를 기점으로 집단생활을 시작하며 이러한 기회의 균등은 무의미하다는 사실을 동물적 감각으로 깨우친다. 그렇게 “나와 너의 출발점이 다르기에 난 패배주의자이다”라는 생각을 평생 짊어지고 산다. 과연 내가 지탱하는 이 땅은 평등할까. 고대 그리스를 지나 17세기를 들어서며 인간은 고민한다. 최대 다수의 행복은 어떻게 이뤄질까. 최선의 개인 가치를 실현하기 위 [당신을 위한 책 한 권] 부서진 사월 “이건 끔찍하고 부조리하고 숙명적이야.”태어날 때 이미 죽음이란 굴레 속에 살아야 한다면, 선천적 죽음이 아닌 후천적 죽음이 늘 도사린다면 그게 사는 것일까. 아니면 죽어가는 과정일까.꼬리물기처럼 책을 읽는다. 최근 손을 떠난 책에서는 노벨상을 받은 페터 한트케가 신랄하게 비판받았다. 또 그 속에 2019년 박경리 문학상을 받은 이스마일 카다레가 있었다.그가 궁금했다. <부서진 사월>로 태어나 처음 알바니아 문학을 접했다.책은 살인의 당위성으로 시작된다. “베리샤가의 그조르그가 제프 크리예키크를 쏘았어요!”라는 문장은 잔인하다. & [당신을 위한 책 한 권] 하루교양도서 “몰라도 된다. 검색하면 되니까.”난 검색에 '잼뱅이'이다. 그러나 녹색창에 '잼뱅이'를 입력하면 어느 지방 사투리의 짧은 홑바지라 설명한다. 녹색 창의 검색은 맞지만, 내가 찾는 검색은 아니다. 난 손을 뜻하는 '잼'과 비하적 표현의 '뱅이'가 합쳐졌다는 말뜻을 알고 싶었다.그런 거다. 지식의 속성은, 알려주고 싶은 것만 알려주는 거다. 지식은 사실이 아니다. 진실은 더더욱 아니다. 그렇게 정체된 과거의 지식은 오늘의 지식이 될 수 없고, 내일은 쓸모없어 진다. 지식은 시대 [당신을 위한 책 한 권] 구도 인천 인천 프로야구는 1982년 시작된다. 전두환 정권은 '3S 정책'을 통한 정국 안정화에 나섰고 그때 프로야구가 탄생했다는 게 정설이다. 지난해 프로야구 40년을 맞아 당시 인천일보 탐사보도부에서 활동한 이은경·이순민·이아진 기자가 인천 프로야구사를 써내려갔다.전국의 이름난 도시는 대부분 '구도'라는 수식어를 붙인다. 각 지역의 자존심을 가슴에 담은 야구는 지역을 상징하는 종목으로 자리잡았다.인천 또한 개항 후 밖으로부터(아직 인천에서 누가 야구를 처음 접했고, 야구라는 명칭이 언제부터 쓰이기 시작했는지 [당신을 위한 책 한 권] 동조자 “나는 스파이, 고정간첩, CIA 비밀 요원, 두 얼굴의 남자입니다.”이처럼 명쾌한 시작이 있을까. 이 한 문장으로 700여쪽에 달하는 이 책의 모든 걸 설명할 수 있다.<동조자>는 주인공 '나'와 주변 인물이 뱉어내는 무수히 날선(혹은 설익은) 대사와 비아냥이 섞인 말투가 엉키고 설켜 있다. 저자 비엣 타인 응우옌은 미국인이다. 아니 '베트남계 미국인'이다.책은 남베트남의 수도 사이공이 함락되는 막바지 베트남 전쟁(이 책에 따르면 베트남에서는 이를 미국 전쟁이라 부른다.) 때인 1975년 4월로 시작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