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 등 베스트셀러 작가
글쓰기 60년 세월 자서전
<베르베르씨, 오늘은 뭘 쓰세요?>를 읽으며 머릿속 어딘가에 방치해뒀던 상념, 잡념 등을 다시금 끄집어냈다.
베스트셀러 작가 베르베르는 어느새 원로 작가가 됐다.
이 책은 타로카드 아르카나(Major Arcana) 22장을 통해 베르베르의 삶을 관통하는 자서전으로, 숫자 0 혹은 22의 '바보'로 시작해 21번째 '세계'로 끝난다.
5살 아버지가 들려주던 그리스신화와 세상 여러 나라의 이야기, 어머니가 손에 쥐여준 크레파스는 베르베르를 책 세상으로 이끈다.
신문기자 출신 베르베르. 이 경험은 퍽 고약하다. 정규직이 되기 위한 몸부림, 더 나은 직장을 향한 갈망, 직장 내 부조리와 불합리 등 모든 게 젊은 날 베르베르를 괴롭혔다.
베르베르는 “다 순무 같은 사람들이지. 겉은 빨갛고 속은 하얀. 속이 검은 경우는 왜 없겠어”, “우리 독자는 대부분 공무원과 중간급 간부 등이야. 우린 그들이 듣고 싶어 하는 걸 들려줄 뿐이야”라고 동료의 입을 통해 꼬집었다.
그는 '파킨슨 법칙'에 찌든 편집국의 실태를 꼬집었고, 쥐들의 위계질서 실험을 통해 편집국 생리를 표현했다. 20%의 '피착취형 쥐'와 20%의 '착취형 쥐', 10%의 '단독행동형 쥐', 10%의 '잉여형 쥐'라 결론진 실험을 거듭하며, 그는 “쥐들의 위계질서를 알고 나서 단독 행동형 인간을 목표로 정했다”고 밝혔다. <개미>의 저자답게 '빈둥거리는 개미들, 서투른 개미들, 행동하는 개미들'로 직장 생활을 바라봤다. 그렇게 “다른 사람이 네 행복을 좌지우지하는 순간 너는 불행해져”라는 친구의 조언에 부합하는 최상의 방식을 삶의 목표로 설정한 것이다.
글쓰기 60년 세월답게 이 책은 곳곳에 글쓰기의 자세와 세상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 관점이 보석처럼 박혀 있다.
베르베르는 '영혼의 가족'을 찾길 권하며 “의심과 당혹감과 도저히 마침표를 못 찍을 것 같은 자신감의 결여는 창작 과정의 일부다. 포기하지 않고 새로 시작하는 마음으로 작품을 완성해 내는 것뿐이다”고 조언했다. 여기에 '기억'을 바탕으로 모든 이야기에는 '당신의 버전', '나의 버전', '그리고 진짜 버전'이 존재함을 각인시켰다.
끊임없이 새로운 형식의 글과 꺼리를 찾고 있는 그 앞에 내 글과 기사는 나약하다.
세월은 저만큼 흘렀지만, 기사 쓰기는 여전히 80년대에서 멈춰 있다. 조금 특이하거나 색깔이 더해진 글은 과감히 삭제되거나 생각을 통제시켜 틀에 가두려 한다. “한 사람의 말과 생각 사이에는 얼마만큼의 간극이 존재하는 걸까”, “양자물리학에서 말하는 이른바 '관찰자 효과' 즉, '관찰자란 존재 자체가 관찰 대상에 영향을 미친다'라는 사실을 실감했다”는 두 문장처럼 조금은 깊게, 때론 멀리 취잿거리를 접하며 글을 써야겠다.
며칠 전 만난 선배가 툭 던지듯 “이미자와 조용필이 보컬트레이닝 받았다면 그들만의 목소리는 안 나왔을 거야. 그렇담 대중이 찾지도 열광하지도 않았을 테고”라 언급했다. 아니 에르노의 <칼 같은 글쓰기>와 조지 오웰 에세이 <나는 왜 쓰는가>>, 김현의 <행복한 책읽기>를 다시 꺼냈다.
/이주영 기자 leejy96@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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