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일(현지시간) 러시아군이 점령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남부 헤르손주 드니프로강의 카호우카 댐이 파괴된 모습./사진=AFP, 연합뉴스

러시아군이 점령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남부 헤르손주 노바 카호우카 댐이 포탄에 의해 파괴되면서 그 후유증이 수십년간 이어질 수 있다는 진단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다목적댐인 카호우카 댐 하류 지역이 강 범람으로 생태계가 크게 훼손될 수밖에 없고, 전쟁에 매설된 지뢰가 흩어지게 되면서 그 일대가 매우 위험한 상황에 부닥쳐졌다.

상류 지역 역시 농업용수와 식수 부족에 시달려 농업 생산 차질도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되는 상황이다.

6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카호우카 댐 붕괴로 우크라이나 남부 드니프로강 주변 환경이 큰 타격을 받게 될 수밖에 없으며, 그 충격은 수십 년 동안 계속될 수도 있다.

이날 새벽 높이 30m, 길이 3.2㎞의 카호우카 댐은 폭발과 함께 붕괴했는데, 카호우카 댐은 저수량은 18㎦로 미국 그레이트솔트호에 맞먹는 규모로 알려져 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댐을 고의로 폭파했다고 주장하지만,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사보타주(비밀파괴공작) 공작이라고 규정하며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갑작스러운 댐 붕괴로 인해 드니프로강 하류 주민들이 긴급 대피했고, 불어난 물이 흑해로 빠져나가면 강의 수위는 점차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미 많은 양의 강물과 토사가 하류 지역을 휩쓸고 지나가면서 강 주변 습지와 하구 등이 파괴돼 강변 생태계가 치명타를 입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가디언은 이미 강 범람으로 주변 지역에서 수천채의 집이 떠밀려 내려간 하류 지역의 경우, 카호우카 댐을 대체할 새로운 댐이 건설되지 않으면 사람이 살기 쉽지 않은 곳이 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영국 배스대학 토목공학과 모하마드 헤이다자데 교수는 "댐의 붕괴는 우크라이나뿐만 아니라 인접한 나라에 장기간 생태·환경적 악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카호우카 댐 파괴는 체르노빌 원전 사태 이후 우크라이나 역사상 최악의 생태계 재앙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오스타프 세메라크 전 우크라이나 환경부 장관은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강이 범람하면서 주변 석유 시설과 농장 등이 침수돼 하류는 농약과 석유 제품 등으로 오염됐을 수 있고, 이들 오염 물질은 흑해까지 내려갈 것"이라며 "이번 사태는 1986년 체르노빌 참사 이후 최악의 환경적 재앙"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게다가 드니프로강 범람으로 강을 따라 매설됐던 지뢰 수만 개가 떠내려간 것도 크게 우려되는 상황이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남북 방향으로 길게 흘러 영토를 동서로 나누는 드니프로강을 경계로 치열한 공방전을 벌여 왔고, 양측은 서로 진격을 막기 위해 강 주변에 지뢰를 대규모로 매설해온 바 있다.

그런데 이 지뢰들이 강 범람으로 하류로 떠내려가 뿔뿔이 흩어져 버림에 따라 전쟁이 끝난 뒤 지뢰 제거 작업할 때 빨간 불이 켜지게 된 것이다.

미콜라이우 지역에서 지뢰 제거 활동을 벌여온 한 자선단체 관계자는 "떠내려간 지뢰는 지역 주민들이 고향으로 돌아와 농업을 재개하거나 목축업을 하게 될 때 치명적인 위협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댐 상류 지역은 수몰 피해는 면했지만, 앞으로 심각한 물 부족에 시달릴 것으로 우려된다.

댐 폭파 후 카호우카 호수의 수위가 급속히 낮아지고 있는데, 농업 싱크탱크인 '이스트프룻'에 따르면 카호우카 호수는 유럽 최대 규모의 관개시스템 중 하나로, 우크라이나 채소 생산의 80%를 담당하고 과일 생산에도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알려져 있다.

/노유진 기자 yes_ujin@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