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특성 고려 없이 지자체 부담만
의료급여와 겹칠땐 비용 100% 전가
장기요양 복지비 기하급수적 상승
경기도 재가급여는 10%뿐…시설도 줄여
정부도 가이드라인 조차 없어 갈등 유발
경기지역 장기요양 복지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하고 있는 원인에는 부실한 노인 돌봄 제도가 자리하고 있다. 지역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획일적인 방식으로 추진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제시하는 가이드라인마저 없어 광역, 기초단체 간 갈등까지 유발되고 있다.
6일 경기도 등에 따르면 노인 장기요양 급여와 기초생활수급자 생계·의료급여는 80~85% 수준으로 국비 보조가 정해져 있다. 복지를 보장해야 하는 계층은 정부의 주도적인 지원이 시스템화돼 있는 셈이다.
하지만 기초생활수급·의료급여를 받는 대상이 장기요양 혜택까지 받을 경우 정부 부담은 쏙 빠지고 100% 지방자치단체로 방향이 틀어진다. 이는 현행법 내 '예외조항' 탓이다. ▶표 참조
노인장기 요양보험법은 국가가 각종 사업 비용을 지원할 수 있도록 했는데, 반면 같은 법 시행령 28조는 '의료급여를 받는 사람(기초생활수급자·이재민·국가유공자·탈북민 등)에 대한 비용'을 별도로 분리해서 '지방자치단체 부담'이라 명시하고 있다.
물론, 복지는 국가만 아니라 지자체 책무이기도 해 비용을 부담하는 것 자체만으로 잘못됐다고 꼬집기 어렵다. 다만 법이 현장 특성을 고려한 기준을 단 한 가지도 두고 있지 않고, 단순하게 지자체로 부담만 주고 있다는 게 문제다.
법적으로 장기요양 시설에 입소자는 주소를 시설 소재지로 옮겨야 한다. 만약 서울에 살던 기초생활수급자가 경기도 시설로 찾아오면 해당 지자체가 월 20∼30만원의 생계급여비용도 부담해야 한다.
결국, 지금 도내 일부 지역이 겪고 있는 상황처럼 서울권 대상자 진입 등의 수요가 몰리게 되면 예산 초과나 타 복지사업 축소 등 부작용이 터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예산 편성기준 역시 국가가 정한 별도의 설계가 없다 보니 지자체 간 균형이 맞지 않는다.
정부는 장기요양 예산 분담비율을 지방이 조례를 통해 정하게 해왔다. 이에 경기도는 예산 중 상당 부분을 기초단체에 매칭시킨 반면, 서울시는 100% 광역이 전액 부담하고 있다.
오현태 한국주야간보호협회 회장은 “기초생활수급 생계·의료급여과 마찬가지로 지원이 필요한 요양급여는 국비가 1%도 없어 지자체 부담이 높은 것이 사실”이라며 “노인 장기요양 서비스 질 보장은 안정적인 재원이 뒷받침하는 것이다. 장기요양이 대한민국 5대 사회보험 중 하나인 만큼, 보험 체계를 어떻게 강화하는지에 대한 논의도 시급하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일부 지자체 사이에서는 도의 방침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됐다.
도는 지방보조금 예산의 편성·집행 방식을 근거한 '지방보조금 관리 조례'에서 보건·사회 분야 도비 기준보조율을 30~70%로 설정했지만, 장기요양 재가급여는 10%만 부담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조례와 달리 장기요양에서 최소 20%의 책임을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도내 한 지자체 관계자는 “기준보조율 범위가 규칙으로 정해져 있음에도 도는 이를 적용하지 않아 재가급여 부담이 90% 쏠리고 있다”며 “원칙을 지키긴커녕 도비 70%, 시비 30%였던 시설급여 분담을 2018년 이후 50%대 50%로 변경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다른 지자체 관계자는 “서울시는 자치구의 재정자립도나 수요 등 지표를 고려해 예산 보조율을 차등 설정하는 제도를 두고 있다"며 "정부와 도 방침에 기초단체만 힘들다”고 토로했다.
/김현우·최인규·정해림 기자 kimhw@incheonilbo.com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SNS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