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용석 유고집 '꽃 지기 전에' 표지 /이미지제공=파람북

"그를 다시 만난 듯 반갑습니다.

이 책이 아니면 나는 그를 저세상에서도 다시는 못 볼 뻔했습니다.

지금 그가 있는 하늘나라에 갈 자신이 도무지 없어서입니다. 미안합니다."

-호인수(천주교 사제·시인)의 추천사 중

 

검사에서 변호사로, 행복공장장에서 암 환자로….

짧은 생을 살다간 '선한 사람' 권용석 유고 에세이집 '꽃 지기 전에'가 출간됐다.

성찰과 나눔으로 행복을 만드는 곳, 비영리 사단법인 '행복공장'을 운영해 온 권용석·노지향 부부의 수필집.

남편 권용석 씨가 생전에 남긴 진솔한 사랑에 대한 글에 아내 노지향 씨가 해설을 달았다.

인천 출신인 남편 권용석 씨와 아내 노지향 씨는 지난 2009년 청소년들의 치유와 성장을 위한 공익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함께 '행복공장'을 만들었다.  

권용석 씨가 검사로 재직하던 시절, 몸과 마음이 지쳐 '교도소 독방에 일주일 만이라도 들어가 있을 수 없을까?'라는 다소 엉뚱한 상상을 한 것으로부터 출발했다고 한다.

사재를 털고 주변 독지가들의 도움을 얻어 부부는 2013년 강원도 홍천에서 독방을 테마로 한 수련원을 짓고 본격적인 행복 나누기에 착수했다.

그 때 다가온 권용석 씨의 암 발병 소식.

권 씨는 그럼에도 삶의 가치, 무엇보다 사랑하는 아내와 가족을 생각하며 글을 써내려가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별은 너무도 빨리 찾아왔지만 남편이 남긴 글 하나 하나마다 아내 노지향 씨는 정성스레 뒷이야기를 붙여나갔다.

그들의 이야기는 슬프고 절절할 것이란 예상과는 사뭇 다르게 무척이나 환하고 따스하다.

"권 변호사의 솔직담백한 글은 평생의 반려자인 노지향의 해설이 곁들여져 완벽한 화음이 되고 생의 화엄이 된다"는 임순례 감독의 말처럼 책에 수록된 고인을 추억하는 각계의 글은 이들이 추구했던 삶의 지향점을 보다 명확히 빛내준다.

한편, 고인의 아내이자 이 책의 공저자인 노지향 씨는 '연극공간-해' 대표로서 치유연극을 해왔다.

처음엔 '욕심 없고, 자기 것 챙기지 못하고, 뭐든 나누는' 남편을 이해하기 어려웠다고 밝혔다.

하지만 결혼생활 20년차, 힘든 이들의 치유와 성장을 위해 일하겠다는 남편과 함께 '행복공장'의 공동 설립자가 됐다.

아내 노지향 씨는 소년원 처분을 받은 아이들과 함께 한 학기 동안 진행하는 연극 수업 프로그램을 남편 권용석 씨가 참 좋아했다고 곱씹기도 했다.

노지향 씨는 연극반 학생들과 작별할 때면 꼭 하는 말이 있다며 이렇게 남겼다.

"무엇보다 자신을 함부로 대하지 마세요. 먼저 자신을 아끼고 자신을 사랑하세요."

/노유진 기자 yes-ujin@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