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심에서 세계적으로 가장 골치 아픈 곤충으로 꼽히는 외래 흰개미가 나타났다는 신고가 접수돼 당국이 조사에 나섰다.
18일 환경부에 따르면 전날 서울 강남구 한 주택에서 흰개미로 추정되는 곤충이 나왔다는 신고가 접수돼 국립생물자원관과 국립생태원이 조사에 들어갔다.
전날 한 온라인커뮤니티에는 "집에 알 수 없는 곤충이 수십 마리 나타났다"며 사진을 올라왔고 이를 본 다른 누리꾼들 사이에서 국내에 그간 발견된 적 없는 '마른나무흰개미과'(Kalotermitidae)에 속하는 흰개미로 보인다는 추정이 나왔다.
흰개미 전문가로 알려진 박현철 부산대 교수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사진만 보면 마른나무흰개미과에 속하는 흰개미로 보인다"면서 "사실이라면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해당 사진 속 흰개미가 마른나무흰개미과 흰개미가 맞는다면 국내에서 처음 발견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흰개미는 목재의 주성분인 '셀룰로스'를 섭취하는데 이를 위해 목재를 안쪽부터 갉아먹어 '목조건축물 저승사자'라는 무시무시한 별명이 붙었다.
국내엔 '일본흰개미'(Reticulitermes speretus Kolbe)와 금강 주변에 서식하는 '칸몬흰개미'(Reticulitermes kanmonensis Takematsu) 등이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 교수 설명에 따르면 그간 국내에서 발견된 흰개미는 수분이 없는 목재는 갉아먹지 않는데, 마른나무흰개미과 흰개미는 수분이 없는 목재도 갉아먹는다.
즉, 집 안에 있는 가구도 이들의 먹잇감이 될 수 있다.
박 교수는 "국내 흰개미가 습하고 그늘진 곳 나무에만 피해를 주는 것과는 달리 마른나무흰개미과 흰개미들은 모든 나무를 갉아먹는다"며 "세계적으로 가장 골치 아픈 곤충으로 꼽히기도 한다"고 말했다.
특히 박 교수는 해당 사진 속 흰개미에 날개가 달린 점을 우려했다.
이 날개는 짝짓기 비행을 위한 날개로 보이는데, 흰개미는 군집을 이룬 뒤 5~10년 정도 지나 군집이 안정화돼야 짝짓기에 나선다는 것이다.
이는 마른나무흰개미과 흰개미가 국내에 들어온 지 한참이 지나 이미 널리 퍼져있을 수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박 교수는 "호주에선 마른나무흰개미과 흰개미들 때문에 집이 붕괴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며 "무엇보다 국내엔 이 종을 방재할 전문가가 없는 점이 문제"라고 말했다.
/노유진 기자 yes_ujin@incheonilbo.com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SNS 기사보내기